[ArtNews]현시대의 블록버스터 전시는 어떤 것인가


현시대의 블록버스터 전시는 어떤 것인가


지금까지의 블록버스터 전시는 전통 있는 뮤지엄의 전유물이었습니다. 미술사의 획을 그은 아티스트와 그들의 마스터피스가 만들어내는 것이었죠. 하지만 요즘 전시의 흥행 판도를 보면 조금 다릅니다. 도쿄에서 열린 팀랩(teamLab)의 'Planets' 전시회를 보기 위해 240만 명이 몰렸는데요. 1인당 25 달러의 입장료를 지불해 80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MET, TATE와 맞먹는 티켓 판매 기록인데요. 시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2020년 코로나를 기점으로 전 세계는 몰입형 미디어 전시장을 오픈하는 것이 붐이었습니다. SNS 바이럴은 물론이고, 넷플릭스의 '에밀리 파리를 가다'에 등장하며 세계적인 열풍을 이끌었죠. 하지만 엔데믹과 함께 붐은 저무는 듯 했습니다. 불과 4년이 지난 2023년부터는 회사들이 하나둘씩 파산했고, 어떻게 해야 공간 운영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들도 많았죠.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특유의 분위기를 살려 브랜드 행사장 또는 DJ 공연장 등으로도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생존하려는 노력이 현재의 대부분의 몰입형 전시장의 현실입니다.


팀랩은 2001년 도쿄에서 결성된 아티스트 그룹입니다. 기술을 중심으로 아트워크를 전개하는 작업을 선보여왔고, 몰입형 미디어 전시를 최초로 설계한 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1년에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갤러리에서 전시하며 예술계에도 인지도를 쌓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싱가포르 비엔날레 참여, 2014년부터는 페이스 갤러리와 거래가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헬싱키, 상하이, 도쿄, 서울 등 뮤지엄과 전시장에서 자체적인 콘텐츠를 전시하며 입지를 넓혀왔습니다. 



팁랩은 물리적인 작품을 전시하는 전통적인 전시의 한계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전시장에서 전시를 전개합니다. 일본 내에서도 도쿄는 물론이고, 교토, 규슈, 사가 , 후쿠오카 등에서 전시하고 있으며, 중국 광동, 독일 함부르크, 미국 뉴욕과 마이애미에서도 동시에 전시 중입니다. 8월 25일 현재 전 세계 24개 전시 공간에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자체 콘텐츠를 갖고 차별점을 만들어낸 결과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기존 전시 업체들이 저작권이 만료된 거장들의 아트워크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쉽게 흥행했다면, 팀랩은 자체 아트워크를 개발해 전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자체 콘텐츠를 갖고 있지 못하면 유지하기 어려운 한계점에 도달한 것으로도 보입니다. 누구나 시도할 수 있으니 말이죠. 몰입형 시장에 대한 공식적인 데이터는 없지만 약 370개의 전시장이 있고, 연간 1.3조 원(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창출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사실 몰입형 전시는 연구를 통해 전시되는 뮤지엄 전시와는 거리가 멉니다. 관람자 입장에서도 지식과 사유의 영역으로 인식되는 전시와는 거리가 멀죠. 몰입형 전시는 예술 체험 엔터테인먼트의 성격으로 인식됩니다. 그래서 기존 뮤지엄들은 회화 작품을 영상으로 그것도 움직이는 그림으로 연출하는 것을 피하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반 고흐, 모네의 작품으로 연출된 전시는 예술계에서는 비판의 대상이었죠. 하지만 오스카상이 만들어지고 20년 동안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 20편 중 14편은 성공적인 소설 또는 연극을 각색한 작품이었다는 점은 참고해야 할 부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웹툰, 웹소설로 흥행한 작품이 영화 또는 드라마 시리즈로도 흥행하는 것을 볼 수 있듯이 말이죠. 


뮤지엄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재의 공간 구조에서 몰입형 전시장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시스템을 갖추는 것에는 많은 인력이 들어갑니다. 팀랩의 내부 인력만 해도 300~500명 사이라고 하거든요. 그렇다면 협업이 답이 될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그랑팔레는 국유 부지와 부동산 개발업체, 몰입형 설치 기업 등과 함께 별도 법인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도심이 아닌 조금 더 외곽 지역에 개성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프랑스 빛의 채석장(Carrieres de Lumieres)와 국내에 협업한 빛의 벙커처럼 말이죠. 


몰입형 설치는 전통적인 미술 전시가 아닙니다. 예술계에서 기존의 관념으로 비판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 전시는 공간 엔터테이닝의 새로운 장르이고, 관람자는 진지하게 예술을 탐구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놀이공원에 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작품 속으로 들어가 나도 작품의 일부가 되어 작품을 완성하는 경험을 즐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술 작품이라는 이미지 소스는 몰입형 설치가 활용할 수 있는 자료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미술 작품의 전시와는 또 다른 개념으로 받아들인다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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