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키아는 왜 단어를 지웠을까?

The Notebooks by Jean-Michel Basquiat

The Notebooks by Jean-Michel Basquiat


바스키아는 왜 단어를 지웠을까?

"지운다는 건, 없애는 것이 아니라 더 보이게 하는 것"

장 미셸 바스키아는 낙서를 하고, 단어를 썼다가 지웠습니다. 그것도 일부러요. 그의 노트엔 일관된 문장도 없고, 설명도 없습니다. 오히려 흩어지고, 반복되고, 지워진 흔적이 가득하죠. 그는 말했습니다. “나는 단어를 지워요. 그래야 당신이 더 잘 보게 되니까요.” 그 말처럼, 지워진 단어들은 오히려 더 강렬하게 남습니다. 도대체 그는 왜 그렇게 썼고, 왜 그렇게 지웠을까요?


cbdf22ce25a0b.jpg


바스키아의 언어: 단어를 그리고, 이미지로 말하다

바스키아는 단어를 '말'로 쓰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단어는 이미지이자 질감, 그리고 리듬이었습니다. 그의 컴포지션 노트와 캔버스에는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죠. 왕관, 해골, 산소(oxygen), 무게 단위(20 lbs), 역사적 인물, 재즈 뮤지션, 숫자들… 그러나 이들은 명확한 서사를 전달하지 않습니다. 대신 배치되고, 지워지고, 다시 반복됩니다. 그의 방식은 언뜻 비논리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억압과 정체성, 흑인성(Blackness), 권력에 대한 저항, 그리고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이 얽혀 있습니다. 그는 문장보다 리듬을 믿었고, 논리보다 충동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지우는 행위조차 감정을 더 ‘보이게’ 하는 도구였죠.

The Notebooks by Jean-Michel Basquiat

The Notebooks by Jean-Michel Basquiat


《Basquiat: The Unknown Notebooks》 그가 남긴 낙서의 전시

2015년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열린 《Basquiat: The Unknown Notebooks》는 바스키아가 생전 사용했던 컴포지션 노트의 일부를 세상에 처음 공개한 전시였습니다. 160페이지 이상의 노트는 작품이 아니라, 그의 ‘생각의 원형’을 보여주는 공간이었습니다. 그 안에는 끊긴 문장, 반복된 단어, 취소선과 오타, 흑인 뮤지션의 이름과 숫자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이 노트들은 바스키아가 평면 회화를 넘어서 언어를 시각 예술의 재료로 다뤘던 흔적입니다. 그는 의미를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지워진 흔적으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그 모호함은, 오히려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습니다.

“Every line means something.”
그러나 바스키아는 단 한 줄로 무언가를 설명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The Notebooks by Jean-Michel Basquiat

The Notebooks by Jean-Michel Basquiat


컴포지션 노트: 무의미해 보이지만 진심이 담긴 공간

바스키아의 컴포지션 노트는 혼란스럽고, 틀리고, 이해되지 않는 텍스트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그의 고통, 분노, 음악, 기억, 질문이 남아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정리되고, 설명되고, 설득되어야만 의미가 있다고 여겨지는 지금, 바스키아의 낙서는 오히려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나는 나를 정리하지 않겠다. 있는 그대로 남기겠다." 지워졌지만, 더 선명해진 단어들. 문장이 되지 못했지만, 더 깊이 전달된 감정. 그의 낙서는 우리에게 ‘의미 없음’이 진심일 수 있다는 걸 상기시켜 줍니다.


우리는 오늘 무엇을 지우고 있는가?

우리는 매일 정리하고, 요약하고, 설득합니다. 잘 보이기 위해, 명확해지기 위해, 잊히지 않기 위해. 하지만 바스키아는 이렇게 물어보는 듯합니다. “그렇게 정리하다가, 감정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지워도 괜찮은 건 뭐고, 지우지 말아야 할 건 뭘까?” 당신의 일기장엔 어떤 낙서가 남아 있나요? 그 무의미한 무늬가, 진짜 당신의 모습은 아닐까요?

 

f1f2bcb0b8700.jpg


예술 애호가들은 꼭 챙겨보는 뉴스레터

🍋비롯 아트 뉴스레터 구독하기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