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게르하르트 리히터가 알프스에 그린 5미터의 수직 캔버스

image by Victor & Simon / Joana Luz, courtesy of Gerhard Richter Kunststiftung and Luma Foundation


게르하르트 리히터가 알프스에 그린 5미터의 수직 캔버스

현대 미술의 살아있는 신화,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의 예술이 전시장 벽면을 박차고 나와 알프스의 광활한 자연과 마주했습니다. 루마 재단(Luma Foundation)이 스위스 엥가딘(Engadin) 지역에서 선보이는 이번 설치 작업 '스트립 타워(STRIP TOWER 962)'는 작가가 수십 년간 탐구해온 색채와 선의 미학을 5m 높이의 거대한 건축적 조각으로 구현해낸 프로젝트인데요. 변화무쌍한 산악 기후 속에서 빛과 눈, 그리고 구름과 호흡하며 매 순간 새로운 색을 입는 이 탑은, 우리가 예술을 '보는' 것을 넘어 '공간'으로 경험하게 하는 마법 같은 시간을 선사합니다.


평면을 넘어 공간으로 확장된 리히터의 색채 실험

이번에 설치된 '스트립 타워'는 리히터의 유명한 연작인 '스트립 페인팅(Strip Paintings)'의 방법론을 3차원 공간으로 확장한 결과물입니다. 아날로그적인 붓질 한 번에서 시작해 사진 촬영, 스캔, 디지털 슬라이싱과 스트레칭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수직의 색띠들이 8개의 교차하는 패널 위에 펼쳐졌는데요. 최근 런던 서펜타인(Serpentine) 갤러리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이 조각은 광택이 나는 세라믹 타일로 마감되어 알프스의 빛을 투명하게 반사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거대한 색채의 숲속을 걷는 듯한 신체적 경험을 유도합니다.


알프스라는 거대한 사유의 장, 2029년까지 이어질 긴 대화

리히터와 스위스 실스 마리아(Sils Maria) 마을의 인연은 1989년부터 시작된 깊은 애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Lake Silvaplana 근처에 자리 잡은 이 타워는 단순한 장식물이 아닌, 알프스 생태계의 일부로서 기능합니다. 습도와 온도에 반응하는 세라믹 피부는 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아내며, 관람객들에게 단발적인 감상이 아닌 '느린 관찰'을 권유합니다. 2029년 봄까지 전시될 이 작품은 예술이 자연 속에서 어떻게 시간에 따라 변해가고 대중과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풍경이 된 예술, 우리가 자연을 마주하는 법

루마 재단의 설립자 마야 호프만(Maja Hoffmann)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알프스가 수동적인 풍경이 아닌, 진지한 문화적 생산의 장임을 강조합니다. 거대한 규모임에도 주변 경관을 압도하지 않고 오히려 프레임처럼 풍경을 담아내는 이 타워는, 우리의 지각이 환경에 의해 어떻게 형성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거장의 캔버스가 된 알프스 설원 위에서, 여러분은 어떤 색채의 울림을 듣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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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s: Victor & Simon / Joana Luz, courtesy of Gerhard Richter Kunststiftung and Luma Foundation. 참고기사: 디자인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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