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품 경매사가 피카소 대신 포르쉐를 파는 이유
최근 글로벌 미술 매체 '아트뉴스(ARTnews)'는 '명품 판매가 미술품 판매를 앞지르면 경매사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화두를 던졌습니다. 2025년 기준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의 미술품 판매액은 전년 대비 35%나 급감한 반면, 핸드백과 시계, 클래식 자동차 같은 '럭셔리' 부문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했기 때문인데요. 예술적 가치를 선도하던 경매사들이 왜 이제는 명품관처럼 변모하고 있는지, 그 이면에 숨겨진 자본의 솔직한 고백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이번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아트뉴스에서 다룬 내용을 토대로 제미나이와 30분간의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 내용을 종합해 노트북LM을 이용해 영상으로 생성해봤는데요. 매번 텍스트 콘텐츠를 읽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새로운 시도로 오디오 팟캐스트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텍스트 콘텐츠를 보고 싶은데 운전해야 할 때 켜놓고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거든요. 그럼 재밌게 읽고 들어주시고 의견도 남겨주시면 다음 제작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오디오로 듣기

숫자로 증명된 변화, 예술의 후퇴와 럭셔리의 진격
최근 경매 시장의 객관적인 데이터를 살펴봅니다. 세계 3대 경매사의 미술품 판매액은 2022년 약 14조 8천억 원($10.8 billion)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약 9조 6천억 원($7.04 billion)으로 35% 하락했습니다. 반면 럭셔리 경매 시장은 전년 대비 18% 성장하며 약 2조 5천억 원($1.84 billion) 규모에 도달했죠. 특히 소더비는 중동 아부다비에서 미술품 없이 보석과 명품으로만 채워진 경매를 열어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크리스티의 자동차 부문 매출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경매사의 정체성이 '예술'에서 '럭셔리 리테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참고기사: 아트뉴스
미술품 판매가 경매사의 메인 비즈니스가 맞을까?
사실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뿌리는 헌 책이나 가구, 심지어 새장을 골동품 판매자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가장 고가의 상품을 다뤄왔던 것은 현재와 동일하죠. 이들이 미술품을 주력으로 삼은 이유는 미술품 특유의 '측정 불가능성' 때문입니다. 보석이나 자동차와 달리 미술품은 '정신적 가치'와 '지적 서사'를 통해 가격의 상한선을 없앨 수 있었습니다. 경매사는 이러한 인간의 욕구를 추구할 수 있는 무대를 설계하며 성장해온 것입니다.
측정할 수 없는 가치, 서사의 힘이 만드는 아우라
미술품이 다른 사물들과 달리 독보적인 가치를 지니게 된 배경은 '측정 불가능성'에 있습니다. 수백 년 전만 해도 그림이나 조각은 가구, 보석과 같은 여러 장식품 중 하나에 불과했죠. 미술사학적 권위와 학술적 포장이 개입하면서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가진 존재로 격상되었습니다. 주식이나 금처럼 객관적인 숫자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미술품의 특성은 역설적으로 부르는 게 값이 되는 시장이 만들어졌죠. 자본가들은 이를 통해 자신의 재력을 지적인 안목과 문화적 권위로 포장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미술품의 가치는 인간의 고난과 철학이 담긴 서사를 인류가 오랜 시간 함께 믿기로 합의한 결과물인 셈입니다. 고전 명작이 초고가에 낙찰되는 긴 역사를 만들게 되었죠.

폐쇄성이 만들어낸 가치 상승
경매사들은 미술품에 학술적 서사와 측정 불가능한 정신적 가치를 매게로 가격의 상한선을 없애는 마케팅을 펼쳐왔습니다. 이는 코인 시장이 기획된 희소성과 제한된 입찰로 가치를 올리는 방식과도 닮아 있죠. 흔히 그들만의 리그라고 말하는 시장인 미술 시장은 소수가 참여하기에 제한적인 입찰이 이루어지죠. 시장의 수요를 가늠하며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갤러리들, 그리고 거래가 안 되면 가격 공개가 되지 않는 유찰 시스템이 가격 하락을 없애고 있죠. 이해 관계자의 가격의 조작이 가능해지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미술품이 코인이나 명품보다 고귀한 대접을 받은 결정적 이유는 인간적인 서사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동시대 미술인 생존 작가의 작품 가격도 그런 이유로 형성되었을까요? 과거 빈센트 반 고흐와 올해 우리나라에 오는 데미안 허스트를 비교해보면 참 다르죠.
서사보다는 타격감, 팬덤 비즈니스가 된 현대 미술의 미래
경매사가 명품 비중을 높이는 것은 단순한 매출 증대 이상의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젊은 세대 컬렉터들은 난해한 철학보다는 직관적이고 화제성이 강한 '타격감' 있는 자산에 열광합니다. 이에 따라 현대 미술도 카텔란의 바나나처럼 논란과 팬덤을 활용한 비즈니스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냉정한 질문이 생깁니다. 100년 뒤, 우리가 모두 세상을 떠난 뒤를 상상해 볼게요. 루이 비통이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19세기에 직접 만들어낸 가방과 제프 쿤스가 20세기에 외주로 제작한 스테인리스 조각 작품 중 자본은 어디에 더 확신을 가질까요? 300년 된 고전 회화처럼 명품 역시 역사적 서사를 획득할 때 21세기 지금의 미술품은 어떤 상황이 될까요?
경매사가 명품 비중을 높이는 것은 결국 서사의 거품보다 사회적 증명이 만들어낼 역사적 가치에 베팅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지 모릅니다. 21세기 들어서 동시대 미술은 팬덤이 구매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고, 정보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밀레니얼과 Z세대가 이제 다음 고객이 될 상황이죠. 여러분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클래식의 실체와, 시대를 관통하는 예술의 아우라 중 어디에 당신의 200억을 투자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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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me of the cars on offer during Sotheby's Collectors' Week in Abu Dhabi earlier this month.Courtesy Sotheby's. Sotheby's Inaugural Auction in Diriyah. 20th/21st Century: London Evening Sale. Courtesy Christie's
미술품 경매사가 피카소 대신 포르쉐를 파는 이유
최근 글로벌 미술 매체 '아트뉴스(ARTnews)'는 '명품 판매가 미술품 판매를 앞지르면 경매사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화두를 던졌습니다. 2025년 기준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의 미술품 판매액은 전년 대비 35%나 급감한 반면, 핸드백과 시계, 클래식 자동차 같은 '럭셔리' 부문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했기 때문인데요. 예술적 가치를 선도하던 경매사들이 왜 이제는 명품관처럼 변모하고 있는지, 그 이면에 숨겨진 자본의 솔직한 고백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이번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아트뉴스에서 다룬 내용을 토대로 제미나이와 30분간의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 내용을 종합해 노트북LM을 이용해 영상으로 생성해봤는데요. 매번 텍스트 콘텐츠를 읽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새로운 시도로 오디오 팟캐스트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텍스트 콘텐츠를 보고 싶은데 운전해야 할 때 켜놓고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거든요. 그럼 재밌게 읽고 들어주시고 의견도 남겨주시면 다음 제작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오디오로 듣기
숫자로 증명된 변화, 예술의 후퇴와 럭셔리의 진격
최근 경매 시장의 객관적인 데이터를 살펴봅니다. 세계 3대 경매사의 미술품 판매액은 2022년 약 14조 8천억 원($10.8 billion)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약 9조 6천억 원($7.04 billion)으로 35% 하락했습니다. 반면 럭셔리 경매 시장은 전년 대비 18% 성장하며 약 2조 5천억 원($1.84 billion) 규모에 도달했죠. 특히 소더비는 중동 아부다비에서 미술품 없이 보석과 명품으로만 채워진 경매를 열어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크리스티의 자동차 부문 매출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경매사의 정체성이 '예술'에서 '럭셔리 리테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참고기사: 아트뉴스
미술품 판매가 경매사의 메인 비즈니스가 맞을까?
사실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뿌리는 헌 책이나 가구, 심지어 새장을 골동품 판매자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가장 고가의 상품을 다뤄왔던 것은 현재와 동일하죠. 이들이 미술품을 주력으로 삼은 이유는 미술품 특유의 '측정 불가능성' 때문입니다. 보석이나 자동차와 달리 미술품은 '정신적 가치'와 '지적 서사'를 통해 가격의 상한선을 없앨 수 있었습니다. 경매사는 이러한 인간의 욕구를 추구할 수 있는 무대를 설계하며 성장해온 것입니다.
측정할 수 없는 가치, 서사의 힘이 만드는 아우라
미술품이 다른 사물들과 달리 독보적인 가치를 지니게 된 배경은 '측정 불가능성'에 있습니다. 수백 년 전만 해도 그림이나 조각은 가구, 보석과 같은 여러 장식품 중 하나에 불과했죠. 미술사학적 권위와 학술적 포장이 개입하면서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가진 존재로 격상되었습니다. 주식이나 금처럼 객관적인 숫자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미술품의 특성은 역설적으로 부르는 게 값이 되는 시장이 만들어졌죠. 자본가들은 이를 통해 자신의 재력을 지적인 안목과 문화적 권위로 포장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미술품의 가치는 인간의 고난과 철학이 담긴 서사를 인류가 오랜 시간 함께 믿기로 합의한 결과물인 셈입니다. 고전 명작이 초고가에 낙찰되는 긴 역사를 만들게 되었죠.
폐쇄성이 만들어낸 가치 상승
경매사들은 미술품에 학술적 서사와 측정 불가능한 정신적 가치를 매게로 가격의 상한선을 없애는 마케팅을 펼쳐왔습니다. 이는 코인 시장이 기획된 희소성과 제한된 입찰로 가치를 올리는 방식과도 닮아 있죠. 흔히 그들만의 리그라고 말하는 시장인 미술 시장은 소수가 참여하기에 제한적인 입찰이 이루어지죠. 시장의 수요를 가늠하며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갤러리들, 그리고 거래가 안 되면 가격 공개가 되지 않는 유찰 시스템이 가격 하락을 없애고 있죠. 이해 관계자의 가격의 조작이 가능해지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미술품이 코인이나 명품보다 고귀한 대접을 받은 결정적 이유는 인간적인 서사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동시대 미술인 생존 작가의 작품 가격도 그런 이유로 형성되었을까요? 과거 빈센트 반 고흐와 올해 우리나라에 오는 데미안 허스트를 비교해보면 참 다르죠.
서사보다는 타격감, 팬덤 비즈니스가 된 현대 미술의 미래
경매사가 명품 비중을 높이는 것은 단순한 매출 증대 이상의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젊은 세대 컬렉터들은 난해한 철학보다는 직관적이고 화제성이 강한 '타격감' 있는 자산에 열광합니다. 이에 따라 현대 미술도 카텔란의 바나나처럼 논란과 팬덤을 활용한 비즈니스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냉정한 질문이 생깁니다. 100년 뒤, 우리가 모두 세상을 떠난 뒤를 상상해 볼게요. 루이 비통이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19세기에 직접 만들어낸 가방과 제프 쿤스가 20세기에 외주로 제작한 스테인리스 조각 작품 중 자본은 어디에 더 확신을 가질까요? 300년 된 고전 회화처럼 명품 역시 역사적 서사를 획득할 때 21세기 지금의 미술품은 어떤 상황이 될까요?
경매사가 명품 비중을 높이는 것은 결국 서사의 거품보다 사회적 증명이 만들어낼 역사적 가치에 베팅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지 모릅니다. 21세기 들어서 동시대 미술은 팬덤이 구매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고, 정보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밀레니얼과 Z세대가 이제 다음 고객이 될 상황이죠. 여러분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클래식의 실체와, 시대를 관통하는 예술의 아우라 중 어디에 당신의 200억을 투자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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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me of the cars on offer during Sotheby's Collectors' Week in Abu Dhabi earlier this month.Courtesy Sotheby's. Sotheby's Inaugural Auction in Diriyah. 20th/21st Century: London Evening Sale. Courtesy Chris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