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데이미언 허스트가 상어를 세 토막 낸 이유

DAMIEN HIRST,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1991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ARTIMAGE 2018. PHOTO: PRUDENCE CUMING ASSOCIATES LTD.


데이미언 허스트가 상어를 세 토막 낸 이유

전시장 포스터를 장식한 거대한 상어의 모습은 언제나 충격적입니다. 죽은 동물을 박제해 예술이라 선언하며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데이미언 허스트. 그는 왜 상어를 세 토막 내고, 순수한 양을 박스 속에 가두었을까요? 단순히 대중을 자극하기 위해서였을까요? 이번 한국 전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가난한 예술학도가 광고 재벌 찰스 사치를 만나 현대 미술의 신화가 되기까지의 드라마틱한 과정과 그의 대표작 속에 숨겨진 삶과 죽음의 연결 고리를 심층적으로 짚어봅니다. '메멘토 모리'라는 고전적 주제를 가장 현대적이고도 화려하게 변주한 허스트의 질문들을 지금 바로 확인해 보세요.


멀쩡한 상어를 왜 토막 냈을까요?

전시장 포스터 속 토막 난 상어 이미지를 마주하면 누구나 첫 번째 의문을 던지게 됩니다. 그는 왜 상어를 절단했을까요? 허스트가 상어를 잘라 내부를 보여주는 이유는 죽음이라는 막연하고 거대한 공포의 실체를 폭로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평소 죽음을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두려움으로만 인식하지만, 허스트는 상어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공개함으로써 죽음 역시 분석 가능한 하나의 물리적인 구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공포의 대상을 해부하여 그 내부를 대면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그가 상어를 자른 진짜 이유입니다.


이게 정말 예술이 될 수 있나요?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린 것도 아니고 시장에서 사 온 상어를 화학 용액에 넣었을 뿐인데 이게 정말 예술인가라는 의문이 뒤따릅니다. 허스트는 현대 미술의 중심축을 기술에서 아이디어로 옮겨온 작가입니다. 그는 예술가의 역할이 단순히 손재주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없던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죽은 동물을 통해 삶의 유한함을 묻는 그의 행위는 마르셀 뒤샹이 변기를 전시장으로 가져왔던 것처럼 예술의 정의를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철학적 작용으로 확장시킨 사건이었습니다.


15d407b3641f3.jpg


엄마의 엄격한 가위질과 해부학실의 소년

이런 파격적인 발상은 그의 독특한 유년 시절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친아버지를 모른 채 자란 허스트의 어머니는 매우 엄격한 분이었습니다. 아들의 반항을 참지 못해 허스트가 아끼던 펑크 스타일의 바지를 가위로 잘라버리고, 그가 좋아하던 섹스 피스톨즈의 레코드를 불에 달구어 과일 그릇으로 만들어버릴 정도였죠. 하지만 이런 어머니도 아들의 그림 재능만큼은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었습니다. 그 지지 덕분에 허스트는 리즈 의과대학 해부학실에 출입하며 시신을 직접 관찰하고 드로잉하는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때 16세의 허스트가 해부된 시신의 머리 옆에서 해맑게 웃으며 찍은 사진은 10년 뒤 'With Dead Head'라는 작품으로 발표되어 세상을 다시 한번 놀라게 합니다. 죽음이 징그러운 대상이 아니라 단순히 차가운 물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10대 시절의 경험은 훗날 그가 동물의 사체를 탱크에 가두는 작업의 심리적 바탕이 되었습니다.


가난한 학생은 어떻게 광고 재벌을 사로잡았을까요?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 역전은 1980년대 후반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 시절부터 시작됩니다. 허스트는 동료들과 함께 빈 창고에서 프리즈(Freeze)라는 전시를 직접 기획하며 기존 갤러리 시스템에 대담하게 도전했습니다. 이 무모한 학생들의 반란은 광고 재벌 찰스 사치의 눈에 띄었고,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됩니다. 이 흐름은 1997년 영국 왕립 미술원(RA)에서 열린 센세이션(Sensation) 전시로 이어지며 정점에 달합니다. 프리즈가 YBA라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알린 선언이었다면, 센세이션은 그들이 세계 미술계의 주류가 되었음을 알린 대관식이었습니다. 가난한 예술학도였던 허스트는 이 과정을 통해 예술이 어떻게 거대한 비즈니스와 연결될 수 있는지 증명하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작가로 거듭납니다.


탱크 속의 동물들은 무엇을 말하나요?

사치의 자본력과 허스트의 상상력이 만나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내추럴 히스토리 연작입니다. 포름알데히드 탱크 시리즈인 내추럴 히스토리는 1991년 찰스 사치의 전폭적인 투자로 제작된 상어 작품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사치는 허스트에게 사고 싶은 게 있다면 뭐든 사라며 백지수표나 다름없는 제작비를 지원했고, 허스트는 당신을 잡아먹을 만큼 거대한 죽음을 보여주겠다며 호주에서 포획한 상어를 탱크에 가뒀습니다. 이 작품이 시리즈의 시작이었다면, 1993년 소와 송아지의 몸을 세로로 절단한 어머니와 아이(Mother and Child, Divided)를 거쳐, 1994년 방황하는 양(Away from the Flock)에 이르러 시리즈는 감성적인 정점에 도달합니다. 상어가 위협적인 죽음을 보여주었다면, 고요하게 잠든 듯한 양은 무리에서 떨어져 홀로 죽음을 맞이한 존재의 고독과 연민을 불러일으켰습니다.


142562143cfba.jpeg


왜 해골을 다이아몬드로 덮었을까요?

허스트는 동물의 사체를 보존하는 실험을 넘어 인간의 죽음을 가장 화려하게 포장하는 작업으로 나아갔는데, 그것이 바로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 시리즈입니다. 18세기에 살았던 실제 인간의 해골을 본떠 만든 이 작품은 8,601개의 다이아몬드로 촘촘하게 뒤덮여 있습니다. 썩어 없어질 뼈를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변치 않는 보석으로 감싼 이 행위는 죽음이라는 비극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의 대상으로 바꿔버린 파격적인 시도였습니다. 해골은 더 이상 흉측한 죽음의 상징이 아니라, 눈부시게 빛나는 최고의 사치품으로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제작비만 200억 원, 이 해골에 얽힌 뒷이야기

이 다이아몬드 해골은 제작비만 약 1,500만 파운드(당시 한화 약 200억 원 이상)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습니다. 작품의 제목인 신의 사랑을 위하여는 허스트가 상어와 양을 탱크에 넣는 것을 본 그의 어머니가 도대체 다음엔 무슨 짓을 할 거니?(For the love of God, what are you going to do next?)라고 탄식하며 던진 말에서 따온 것입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기행에 '맙소사, 제발 좀 그만해!'라고 소리쳤지만, 허스트는 그 외침을 '신의 사랑을 위하여'라는 장엄한 제목으로 박제해버렸습니다. 가장 세속적인 비명에서 가장 성스러운 제목을 끌어낸 셈이죠.


상어와 해골은 어떻게 연결되나요?

서로 극단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포름알데히드 속 동물들과 다이아몬드 해골은 사실 죽음을 정복하려는 인간의 두 가지 방식이라는 점에서 강하게 연결됩니다. 내추럴 히스토리가 죽음을 과학적으로 박제하여 부패를 막으려 했다면, 해골 시리즈는 죽음을 종교적이거나 신화적인 가치로 치장하여 영생을 부여하려 했습니다. 결국 두 시리즈 모두 죽음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하는 인간의 헛된 몸부림과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는 셈입니다.


d914f82883010.jpg


왜 이토록 미술 시장이 열광할까요?

이 시리즈들이 전 세계 미술계의 아이콘이 된 이유는 허스트가 추상적인 주제였던 죽음을 ‘물리적 실체’로 끌어내어 미술 시장의 가장 뜨거운 상품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 죽음은 그림 속의 상징으로만 존재했지만, 허스트는 진짜 사체와 해골을 전시장으로 가져와 박제와 장식이라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시각화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발표될 때마다 엄청난 논란과 함께 천문학적인 가격에 팔려나갔고, 이는 불편한 죽음도 예술가의 아이디어와 결합하면 최고의 사치품이 될 수 있다는 거대한 담론을 형성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마주할 상어와 해골은 그 치열했던 악동 예술가의 승전보이자,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삶에 대한 가장 뜨거운 질문들입니다.


전시의 여운을 기록하고 싶다면

전시장의 문을 나서는 순간 감동은 기억의 영역으로 넘어가지만, 그가 던진 질문들을 매일 마주하는 일상으로 가져올 방법은 늘 존재합니다. 수천 개의 다이아몬드가 뿜어내는 빛의 파편이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동물의 실루엣은 공간에 걸리는 순간 단순한 장식을 넘어 삶의 유한함과 뜨거움을 동시에 일깨우는 철학적 오브제가 됩니다. 거장이 설계한 삶과 죽음의 대화를 당신만의 개인적인 박물관에 소장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전시장에서 느꼈던 그 팽팽한 긴장감이 당신의 가장 사적인 공간에서 매일 새로운 서사를 들려줄 것입니다. 

👉 컬렉션 구경하기


예술 애호가들은 꼭 챙겨보는 뉴스레터
🍋비롯 아트 뉴스레터 구독하기


images: DAMIEN HIRST,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1991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ARTIMAGE 2018. PHOTO: PRUDENCE CUMING ASSOCIATES LTD. Damien Hirst’s Young Damien(Dead Head), Courtesy of Sotheby’s.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 VG Bild-Kunst, Bonn 2023. Artwork, left to right: © 2024 Estate of Duane Hanson/Licensed by VAGA at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 2024. Photo: Prudence Cuming Associates Ltd.


0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