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ide]허스트 전시에 관한 오해,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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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미언 허스트 전시에 관한 오해,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에서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의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오디오 가이드를 들어도, 전시 서문을 읽어도 왠지 더 어려워지는 느낌 아시죠. 갑자기 많은 정보가 들어오면 해석에 방해가 되죠. 사실 허스트의 작품은 해석보다 먼저 감각으로 느낌이 오는 작품들이 많죠. 전시 보러 가기 전에 이것만 알고 가면, 같은 작품이 다르게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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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국립미술관이 이 작가를 선택했는가 

허스트는 미술계에서 가장 사랑받고, 동시에 가장 혹독하게 비판받는 작가입니다. 비판은 크게 두 가지예요. 조수들이 만든 작품을 자기 이름으로 팔았다는 진정성 논란, 그리고 2008년 소더비에서 갤러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작품을 출품해 2,000억 원 넘게 벌어들인 사건. "예술을 돈으로 판단한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주요 국립미술관들은 오랫동안 허스트 전시를 꺼렸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허스트를 선택한 건 그래서 더 의미 있어요. 그의 작품이 불편하게 만드는 바로 그 지점인 예술과 자본, 삶과 죽음 사이의 긴장감. 이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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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트를 이해하는 단 하나의 열쇠

허스트는 친아버지의 얼굴을 본 적이 없습니다. 생물학적 아버지는 태어나기 전 그의 곁을 떠났고, 의붓아버지도 그가 열두 살 때 떠났어요. 소중한 존재가 곁에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경험을 어린 나이에 두 번 반복했습니다. 일곱 살 무렵엔 "사고를 피해도 결국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고 해요. 그 순간부터 죽음은 그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열여섯 살엔 친구를 따라 시신 안치소에 다녀왔고, 시신 옆에서 웃으며 찍은 사진 'With Dead Head'(1991)가 이번 전시의 첫 작품입니다. 웃음처럼 보이지만, 허스트는 "사실 너무 무서웠다"고 회고했어요. 두려움을 익숙하게 만들려는 그의 방식은 바로 직접 마주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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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꼭 봐야 할 작품 3점

허스트의 30년 작업은 하나의 질문을 다른 방식으로 반복합니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전시에서 딱 세 작품만 고른다면, 이 순서로 오래 서 있어 보세요. 그리고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당시 그의 감정들을 상상해 보세요.

  1.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1991년작
    포름알데히드 속 상어입니다. 제목이 곧 작품의 설명이에요. 죽음은 개념으로는 알아도, 살아있는 동안 실제로 상상할 수 없다는 것. 상어의 눈을 오래 바라보세요. 그게 두렵다면, 그것이 정확한 반응입니다. (feat. 빈지노 - 아쿠아맨)
  2. 'For the Love of God' 2007년작
    8,601개의 다이아몬드로 뒤덮인 해골입니다. "아름다운가, 끔찍한가"를 판단하기 전에, 왜 둘 다인지를 먼저 느껴보세요. 허스트는 이 작품에 자기 자신도 투자자로 참여했어요. 예술과 돈, 영원과 덧없음이 한 물건 안에 공존합니다. (feat. G-DRAGON - 삐딱하게)
  3. 'Cherry Blossoms' 2021년작
     어머니가 가장 좋아했던 꽃, 벚꽃을 그린 대형 캔버스 시리즈입니다. 앞의 두 작품과 같은 사람이 그렸다는 게 믿기지 않을 수 있어요. 죽음을 그토록 오래 응시한 사람이 결국 발견한 것이 무엇인지, 이 꽃이 말해줍니다. (feat. 버스커버스커 - 벚꽃 엔딩)


죽음에서 삶으로, 30년간 작품이 변해온 방향

1990년대, 포름알데히드 속 동물들은 죽음을 가두고 통제하려는 시도. 약장(Medicine Cabinets) 시리즈는 의학과 종교가 죽음의 공포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질문. 2000년대, 해골과 다이아몬드는 영원을 사려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냉소. 그리고 2020년대, 벚꽃과 강가에서 그린 벚꽃 시리즈는 충동적인 붓질, 밝은 색채, 살아있는 것들. 이번 전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River Paintings'는 그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죽음과 이별을 통제하고 가두려 했던 사람이, 이제는 삶의 찬란함을 화면 가득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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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 만나는 인간 허스트

전시 마지막 섹션은 허스트의 런던 강변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입니다. 그의 직원들이 페인트가 엉겨붙은 파란 바닥재를 뜯어 서울로 가져왔어요. 붓, 물감, 미완성 캔버스 등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의 흔적이 있는 공간입니다. 거울에는 "사랑해요 대한민국"이라는 한국어 손글씨 낙서가 있어요. 아버지 얼굴도 모른 채 죽음을 두려워했던 소년이, 이제는 강을 바라보며 꽃을 그리고 낯선 나라 관람객에게 장난스러운 인사를 남깁니다. 이 공간에서는 작품보다 그 사람이 더 궁금해집니다.


허스트는 말했습니다.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가 빠져나오면, 삶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는 평생 죽음을 그렸지만, 사실은 삶을 더 잘 살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었던 건지 모릅니다. 전시장을 나오며 스스로에게 한 번 물어보세요. 나는 나와 가족 주변인들의 죽음에 대해 얼마나 자주 생각하나? 그리고 오늘은 그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고 오늘을 바라보는 내 생각은 어떤지 말이죠.

"우리는 매일 마주할 질문을 큐레이팅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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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s: 국립현대미술관 '데이미언 허스트' 전시 전경 © 비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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