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아트페어는 갤러리를 위한 행사가 맞나요?

Frieze Seoul 2025


아트페어는 갤러리를 위한 행사가 맞나요?

요즘 서울에선 거의 매주 어딘가에서 아트페어가 열립니다. 9월의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만이 아니에요. 크고 작은 페어가 연중 도시 곳곳을 채우고, 컬렉터든 관람객이든 "이번 주엔 어느 페어 가셨어요?"가 자연스러운 인사말이 됐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페어에 부스를 열어야 하는 갤러리들의 사정은 다릅니다. 더 많은 페어에 참가할수록 갤러리가 강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버티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거든요. 최근 오큘라에 실린 한 칼럼이 이 흐름을 정면으로 짚었습니다. '페어화(Fairification)'라는 신조어로요. 여러 관점에서 현재의 미술시장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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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가 갤러리의 생존을 쥐고 있다

지금 전 세계에서는 연간 300회 이상의 아트페어가 열립니다. 여기에 아트바젤과 프리즈라는 두 거대 주최사가 계속해서 확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아트바젤은 스위스·홍콩·마이애미비치에 이어 올해 카타르 에디션을 새로 출범시켰고, 프리즈는 런던·뉴욕·LA에서 아부다비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메가 페어들이 중동 등 신흥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는 사이, 중형 갤러리에게 페어는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 채널이 됐습니다. 2026 Art Basel & UBS 글로벌 아트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연매출 100만~1,000만 달러(약 14억~140억 원) 규모의 중형 갤러리는 전체 매출의 36%를 아트페어에서 올립니다. 페어 없이는 매출의 3분의 1이 사라지는 구조입니다.


페어는 갤러리에게 왜 여전히 필요한가

아트페어가 갤러리에게 갖는 가치는 분명합니다. 전 세계 컬렉터와 기관 담당자가 한 공간에 모이는 행사는 달리 없습니다. 실제로 온라인 판매가 오프라인을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현실은 다릅니다. 2026 Art Basel & UBS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 판매 비중은 전체 딜러 매출의 약 15%로, 2019년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갤러리 홈페이지나 인스타그램, Artsy 같은 플랫폼이 발전해도, 작품을 실제로 보고 갤러리스트와 직접 대화하며 신뢰를 쌓는 경험은 온라인으로 대체되지 않습니다. 특히 신규 컬렉터를 처음 만나는 접점으로서 페어는 지금도 갤러리에게 가장 효과적인 채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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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지속 불가능하다고 하는가

문제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막대한 비용입니다. 2025년 Art Basel & UBS 보고서에 따르면 페어 참가비와 운영비는 갤러리 전체 운영비의 약 15%를 차지합니다. 이는 갤러리 임대료(20%)에 육박하는 수준이고, 작가 지원 비용(4%)의 무려 네 배입니다. 실제 설문 조사에서 갤러리의 46%가 단 한 번의 페어 참가에 약 4,000만~5,000만 원(3만 달러 이상)을 지출한다고 답했으며, 5곳 중 1곳은 6,600만 원(5만 달러) 이상을 씁니다. 부스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운송비·설치비·인건비·숙박비가 더 큰 문제일 수 있습니다.

둘째, 지역 생태계가 위협받습니다. 한국 미술 시장의 양극화로 지역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컬렉터들의 구매가 대형 아트페어 기간에만 집중되면서, 평소 지역 갤러리를 찾는 발길이 끊기는 현생이 있습니다. 2022년 1조 원 가까운 숫자를 기록하며 정점에 달했던 시장 규모는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여파로 2024~25년 기준 6,000억 원대 이하로 위축되며 장기 조정기에 진입했습니다. 컬렉터들이 페어 기간에만 집중적으로 작품을 구매하게 되면서, 평소 지역 갤러리를 찾는 발길이 줄어듭니다. 페어가 지역 미술 생태계를 유지하는 대신 빨아들이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셋째, 환경과 접근성의 문제입니다. 잦은 장거리 운송과 이동은 탄소 발자국을 키우고, 입장료는 계속 오릅니다. 프리즈 런던 일반 입장권은 지난해 최소 48파운드(약 8만 6천 원)까지 올랐습니다. 페어가 커질수록 일반 대중보다 VIP 컬렉터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구조적 비판은 갈수록 거세집니다.


Install view of P.P.O.W.'s booth at Post-Fair in Santa Monica. Photo Cassady/ARTnews


대안이 생겨나고 있다

시장은 이미 반응하고 있습니다. 먼저 저비용 위성 페어 모델입니다. LA에서는 프리즈가 열리는 주간에 부스비 약 400만 원(3,000달러) 수준의 'Post-Fair'가 열렸고, 파리에서는 아트바젤 기간에 갤러리들이 마레 지구에서 자발적으로 '7 rue Froissart'를 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서울 연희동 갤러리들이 2020년부터 각자의 공간을 그대로 유지한 채 동시에 문을 여는 방식으로 '연희아트페어'를 운영합니다. 컨벤션 홀 대신 골목길을 걷는 이 모델은 별도의 부스비 없이 지역 생태계 자체를 페어 무대로 삼습니다.

다음은 갤러리 공간 공유 모델입니다. 2016년 런던에서 시작된 'Condo'는 현지 갤러리가 자신의 공간을 해외 방문 갤러리와 나눠 쓰는 방식으로, 경쟁 대신 협업을 중심에 놓습니다. 뉴욕에서는 갤러리 연합 방식의 'Independent'가 규모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비롯에서도 소개했던 '제로 아트페어(Zero Art Fair)'는 작품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모델로 시장 진입 장벽 자체를 실험적으로 허물었습니다. 여기에 온라인 마케팅과 뷰잉룸을 통한 디지털 영업도 점점 현실적인 보완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갤러리 공간은 사라져도 될까

비용을 줄이기 위해 물리적 공간을 포기하는 갤러리가 늘고 있습니다. 최근 프리즈 서울 등 일부 페어는 참가 조건에서 '물리적 공간 보유' 조항을 삭제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페어 전용 갤러리', 즉 고정 공간 없이 페어만 참가하는 모델의 확산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일부 갤러리는 호텔 객실, 작가 스튜디오, 주거 공간 등을 임시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이 흐름이 가속화되면 갤러리 공간이 수행했던 역할이 통째로 사라집니다. 작가가 장기 프로젝트를 실험하고, 컬렉터가 조용히 작품을 깊이 들여다보고, 지역 커뮤니티와 미술이 일상적으로 만나는 장소. 이 모든 것이 판매 행사가 아닌 '갤러리 공간' 안에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국내 갤러리도 이런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미술 시장이 변화하는 가운데, 여러분이 좋아하는 갤러리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기를 원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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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s: Frieze Seoul 2025 / Install view of P.P.O.W.'s booth at Post-Fair in Santa Monica.Photo Cassady/ART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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