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그림을 거꾸로 그린 화가, 게오르크 바젤리츠 88세로 별세

Portrait of Baselitz in 1983 at his studio in Schloss Derneburg, his home for more than 30 years. Photo: Daniel Blau. Courtesy Galerie Thaddaeus Ropac


그림을 거꾸로 그린 화가, 게오르크 바젤리츠 88세로 별세

게오르크 바젤리츠(Georg Baselitz)가 4월 30일 향년 88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남긴 마지막 연작 'Eroi d'Oro'는 불과 일주일 후인 5월 6일, 베니스 조르지오 치니 재단에서 공개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림을 거꾸로 걸어 구상미술의 관습에 정면으로 맞섰던 그는 전후 독일 최대 화가의 한 명 입니다. 그가 평생 붓으로 물어온 질문 "파괴된 세계에서 회화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의 답은 이제 우리에게 남겨졌습니다.


Georg Baselitz at the Arsenal, Venice Biennale, 2015. image © Jean-Pierre Dalbéra


세상을 거꾸로 세워 회화를 구원하다

게오르크 바젤리츠는 1938년 동독 작센 지방의 소촌 도이치바젤리츠에서 태어났습니다. 나치 독일의 막바지와 전후 폐허 속에서 유년을 보낸 그는 1957년 정치적 압박을 피해 서베를린으로 건너왔고, 1963년 첫 개인전에서 음란물 혐의로 그림 두 점이 압수되는 사건을 겪었습니다. 그 사건은 이후 '검열이 증명한 작가적 결기'로 재평가됩니다. 1969년, 그는 처음으로 그림을 거꾸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역발상이 아니었습니다. 대상을 뒤집음으로써 서사와 재현의 의무에서 회화를 해방시키고, 색과 붓질 자체를 전면에 세우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이 거꾸로 그린 그림은 이후 그의 트레이드마크이자 미술사적 발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파괴의 잔해 위에서 길어 올린 형상의 생명력

바젤리츠의 작업을 이해하려면 그가 몸으로 겪어낸 역사를 봐야 합니다. '파괴된 질서, 파괴된 풍경, 파괴된 민족, 파괴된 사회 속에서 태어났다'는 그의 말처럼, 그의 화면에는 언제나 무언가 붕괴한 이후의 세계가 있었습니다. 그는 미국 팝아트도, 개념미술도 충분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그 대신 인체와 형상을 고집했고, 1980년대 신표현주의 세대 전체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만년에는 휠체어에 앉아 연장된 붓과 팔레트 나이프로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마지막 연작 'Eroi d'Oro'는 중세 성상화(Icon)와 일본 서예를 연상시키는 황금빛 바탕 위에 자신과 아내 엘케의 초상을 담은 작품들로, 그의 여정이 완전히 닫히기 전 스스로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Portrait of Georg Baselitz, 2024. Photo: Martin Müller. Courtesy Galerie Thaddaeus Ropac


파괴된 세계의 기록자, 가장 불협화음이 가득한 시대에 작별을 고하다

바젤리츠의 죽음과 거의 동시에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가 개막합니다. 올해 비엔날레 주제 'In Minor Keys(단조로운 음들로)'는 이미 세상을 떠난 코요 쿠오가 기획했고, 심사위원단은 전원 사퇴했으며, 러시아 파빌리온을 둘러싼 논쟁이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파괴된 세계를 마주하며 평생 그림을 거꾸로 걸어온 화가가 그 전날 눈을 감았다는 사실은, 우연이라기엔 너무 묵직한 무게를 지닙니다. 지금 미술계가 다루어야 할 가장 어려운 질문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그것을 거꾸로 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무언가로 만들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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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s: Portrait of Baselitz in 1983 at his studio in Schloss Derneburg, his home for more than 30 years. Photo: Daniel Blau. Courtesy Galerie Thaddaeus Ropac / Georg Baselitz at the Arsenal, Venice Biennale, 2015. image © Jean-Pierre Dalbéra / Portrait of Georg Baselitz, 2024. Photo: Martin Müller. Courtesy Galerie Thaddaeus Rop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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