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ide]130년 만에 가장 시끄러운 베니스 비엔날레

EDS NOTE: NUDITY – A performer rings a bell with her body at the Austrian pavilion called ‘Seaworld Venice’ by artist Ei Arakawa-Nash, at the Venice 2026 Biennale Art, in Venice, Italy, Thursday, Nov. 14, 2024. (AP Photo/Luca Bruno)


130년 만에 가장 시끄러운 베니스 비엔날레

5월 9일, 베니스에 전 세계 미술계가 모였습니다. 이탈리아 문화부장관은 개막식에 오지 않았습니다. 심사위원단은 전원 사임했습니다. 러시아와 이스라엘 참가 여부를 두고 시위대가 자르디니를 가득 채웠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소란 속에서,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 전시의 제목은 조용히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In Minor Keys: 단조(短調). 세상이 가장 시끄러울 때 예술은 왜 굳이 조용해지려 했는지, 지금 베니스로 가야 할 이유와 함께 정리했습니다.


Russia is participating in the event for the first time since its invasion of Ukraine began in 2022. (AP: Luca Bruno)


이번 비엔날레, 무슨 일이 있었나

2026년 베니스 비엔날레는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개막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비엔날레 역사상 처음으로 이탈리아 문화부장관이 개막식에 불참했습니다. 심사위원단 5명 전원이 "ICJ(국제형사재판소)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도자가 이끄는 나라에는 상을 줄 수 없다"는 성명을 낸 뒤 집단 사임했고, 황금사자상은 시민 투표제로 대체됐습니다. EU는 러시아 참가를 허용한 것에 200만 유로 지원금 삭감을 경고했습니다. 200명 이상의 참가 작가와 큐레이터들은 이스라엘 파빌리온 취소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했습니다. 여기에 총감독 코요 쿠오 (Koyo Kouoh)가 2025년 5월 암 진단 직후 별세하면서, 전시는 그의 팀 다섯 명이 유지를 이어받아 완성했습니다.


이번 주제 In Minor Keys란 무엇인가

코요 쿠오는 케이프타운 자이츠 MOCAA (Zeitz Museum of Contemporary Art Africa)의 관장으로, 아프리카와 글로벌 사우스의 예술을 국제 무대로 끌어올린 인물입니다. 2024년 12월 총감독으로 선임된 뒤, 2025년 4월 세네갈 다카르의 자신이 설립한 공간 RAW Material Company에서 팀과 함께 마지막 전시 구조를 확정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 '단조(短調)'라는 음악 용어를 제목으로 고른 것은 스펙터클보다 은은한 울림을, 영웅주의보다 '영웅적이지 않은 것들'의 힘을 주목하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110명의 참가 작가 중 상당수가 아프리카·중동·디아스포라 출신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Maria Magdalena Campos-Pons, Anatomy of the Magnolia Tree for Koyo Kouoh and Toni Morrison (2026). Photo: Louise Benson.


본 전시 꼭 봐야 할 작품 7

큐레이터의 의도가 담긴 전시를 볼 수 있는 자르디니 중앙관 & 아르세날레 전시 중 꼭 봐야 할 작품을 소개합니다.

  • 마리아 막달레나 캄포스-폰스 (María Magdalena Campos-Pons), Anatomy of the Magnolia Tree for Koyo Kouoh & Toni Morrison
    자르디니 중앙관 입구에서 처음 마주치는 작품입니다. 벽 전체를 덮는 수채·잉크·구아슈 화면에 코요 쿠오와 작가 토니 모리슨이 거대한 목련 사이에 나란히 서 있습니다. 쿠오가 영감을 받은 모리슨의 에세이 '기억의 장소'에서 인용한 문장은 아르세날레 현수막으로도 걸려 있습니다. 15분짜리 음악 스코어가 흐르며, 전시 전체의 정서적 출발점입니다.

  • 빅 치프 데몬드 멜랑콘 (Big Chief Demond Melancon), Amistad Takeover
    새로 리노베이션된 중앙관에 들어서면 처음 마주치는 거대한 주황빛 깃털 조각입니다. 뉴올리언스 '블랙 마스킹' 전통에서 온 작가가 만든 이 '수트'는 노예선 아미스타드 반란을 비즈 수공예로 새긴 역사의 증언입니다.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끌려온 이들의 의례적 실천이 오늘날 예술 형식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 닉 케이브 (Nick Cave), Amalgam (Origin)
    아르세날레 구역에 자리한 닉 케이브의 설치는 혼종된 신체, 의례, 공예의 언어로 흑인 경험의 다층성을 엮어냅니다. 본 전시에서 가장 국제적 인지도를 가진 이름 중 하나로, 코요 쿠오 팀이 선택한 아프리카·디아스포라 중심 라인업의 핵심축입니다.

  • 댄 라이 (Dan Lie), Temple of Passages
    아르세날레에 꽃과 밧줄로 만든 향기 나는 통로입니다. 아르세날레가 한때 밧줄을 꼬던 공간이었다는 역사를 재료 자체로 끌어들인 방식이 정확합니다. 산 자와 죽은 자 사이, 부패와 아름다움 사이에 위치한 꽃들은 전시 전체에서 반복되는 '소멸'의 모티프와 연결됩니다.

  • 피어스 푸시 (fierce pussy), 아르세날레·자르디니 포스터 프로젝트
    1991년 뉴욕에서 결성된 퀴어 아트 콜렉티브입니다. HIV/AIDS 활동에서 출발한 이들의 초기 공공 개입, 반LGBTQ+ 용어를 되찾아온 포스터와 레즈비언 아이콘의 이름으로 도로 명칭을 바꾼 스프레이 작업이 이번 비엔날레에서 다시 소환됩니다. 이탈리아 내외 LGBTQ+ 권리 후퇴에 맞서 베니스를 찾는 퀴어·트랜스 방문자를 환영하는 포스터를 자르디니 바깥에 붙일 예정입니다. 조이 레오나드도 창립 멤버 중 한 명입니다.

  • 아비 모그라비 (Avi Mograbi), Between a River and a Sea
    이스라엘 출신 영화 작가의 두 스크린 설치입니다. 한쪽에는 1938년 레바논·팔레스타인·시리아 사업자 디렉토리가, 맞은편에는 2023년 가자 온라인 옐로페이지가 재생됩니다. 이스라엘 건국 이전과 가자 전쟁 직전, 두 시간 사이의 침묵이 보는 사람을 압박합니다. 이스라엘 작가의 작품이 팔레스타인을 가장 직접적으로 다루는 역설이 작품의 긴장을 만듭니다.

  • 놀런 오스왈드 데니스 (Nolan Oswald Dennis), 아르세날레·자르디니
    남아프리카 출신 작가로 지질학·우주론·지도 제작의 방법론을 빌려 '우주의 흑인 의식'을 그려냅니다. Black Liberation Zodiac는 남반구 시점에서 황도대를 다시 그리고 유라시아 별자리 기호를 흑인 해방과 반자본주의 투쟁의 도상으로 대체한 지속 작업입니다. 코요 쿠오 팀이 선택한 아프리카·글로벌 사우스 라인업 중 가장 개념적으로 날카로운 작품입니다.


Ei Arakawa-Nash, Grass Babies, Moon Babies. images by Uli Holz, unless stated otherwise


꼭 봐야 할 국가관 5 + 한국관
  • 일본관, 에이 아라카와-나시 (Ei Arakawa-Nash), Grass Babies, Moon Babies
    자르디니에서 줄이 가장 긴 곳입니다. 208개 아기 인형이 선글라스를 끼고 형형색색 오네시를 입은 채 로프와 금속 비계에 매달려 있습니다. 관람객은 입구 픽업 스테이션에서 약 6kg짜리 인형을 받아들고 2층으로 올라가 기저귀를 갑니다. 기저귀 안 QR코드를 스캔하면 읽어줄 시가 나옵니다. 다 읽으면 바구니에 실어 되돌려 보냅니다. LA 기반의 퀴어 아티스트이자 쌍둥이 아빠가 된 경험에서 출발한 작품이지만,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공개적으로 돌봄을 실천하는 순간 모두가 느려지고 부드러워졌다는 목격담이 이어집니다.

  • 교황청관, The Ear Is the Eye of the Soul, 카르멜회 신비 정원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Hans Ulrich Obrist)와 벤 비커스 (Ben Vickers)가 사운드워크 콜렉티브와 함께 기획했습니다. 아름답게 가꿔진 허브 정원을 걸으며 헤드폰을 착용합니다. 성 힐데가르트 폰 빙엔의 음악이 브라이언 이노, FKA 트윅스, 프레셔스 오코요몬, 메러디스 몽크 (Meredith Monk), 패티 스미스 (Patti Smith), 오토봉 은칸가 (Otobong Nkanga)의 해석과 레이어드돼 공간마다 다르게 들립니다. 교황 레오 14세의 문구가 출발점입니다. "알고리즘의 논리는 '작동하는 것'을 반복하지만, 예술은 가능성을 열어준다." 미국 정부와 공개 갈등 중인 교황청이 베니스에서 가장 세련된 설치로 주목받는 역설이, 그 자체로 이 작품의 일부입니다.

  • 영국관, 루바이나 히미드 (Lubaina Himid), Predicting History: Testing Translation
    2017년 터너상을 받은 루바이나 히미드가 영국관을 맡았습니다. 1980년대 영국 흑인 예술 운동의 핵심 인물로, 흑인 해방과 흑인 여성에 초점을 맞춘 회화·설치로 알려져 있습니다. 역사의 예측과 번역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영국관에 흑인 여성 작가가 단독으로 선 것은 역사상 두 번째입니다. 큐레이터 에세 오노제루오 (Ese Onojeruo)와는 테이트 모던 전시에서부터 이어온 긴밀한 협업 관계입니다.

  • 오스트리아관, 플로렌티나 홀칭어 (Florentina Holzinger), Seaworld Venice
    이미 Sancta(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수녀와 레즈비언 신부)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홀칭어가 이번엔 베니스 전체를 무대로 삼았습니다. 거대한 종 안에 여성 퍼포머가 추 역할로 들어가는 장면은 그나마 순한 편입니다. 제트스키, 곡예 활쏘기, 폭발하는 하수처리 시설이 이어집니다. 관람객의 소변을 실제로 재활용 물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공모'를 만들어냅니다. 자르디니에서 가장 시끄럽고 가장 즐거운 공간입니다.

  • 덴마크관, 마야 말루 뤼세 (Maja Malou Lyse), Things to Come
    덴마크 비엔날레 역사상 가장 젊은 대표(1993년생)입니다. VR 포르노가 정자 수를 늘릴 수 있지만 헤드셋 제조 화학물질은 오히려 정자 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데이터에서 출발한 몰입형 영상 설치입니다. DIS 콜렉티브와 협업했으며 큐레이터는 추스 마르티네스 (Chus Martínez)입니다. 코요 쿠오 팀이 선택한 '언영웅적인 것들'의 목록에 가장 도발적으로 응답하는 국가관입니다.

  • 한국관, 최고은·노혜리, Liberation Space: Fortress/Nest, 큐레이터 최빈나
    일본관과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습니다. 외부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최고은의 산업용 동파이프 Meridian이 한국관 구조를 뚫고 일본관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장면입니다. 1945년 해방 이후 열린 '해방 공간'을 한일 첫 비엔날레 공식 협업의 맥락에서 다시 읽습니다. 큐레이터 최빈나는 한국이 최근 겪은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까지 이 맥락에 연결합니다. 내부는 노혜리의 약 4,000점 밀랍 코팅 오르간자 조각이 8개의 소형 파빌리온을 만들며 관람객을 이끕니다. 추모, 기억, 관찰, 삶, 기다림, 계획, 나눔, 회복으로 이름 붙여졌습니다. 노벨상 수상자 한강의 2018년 설치 Funeral도 함께 자리합니다.

Georg Baselitz, 'Eroi d'Oro' alla Fondazione Cini - Revenews Arts

베니스 시내에서 꼭 봐야 할 전시 6
  • 게오르크 바젤리츠 (Georg Baselitz), Eroi d'Oro (황금 영웅들) 폰다치오네 조르조 치니 (Fondazione Giorgio Cini), 산 조르조 마조레 섬 | 5월 6일~9월 27일
    바젤리츠는 베니스 비엔날레 개막 열흘 전인 4월 30일 별세했습니다. 그가 생전에 완성한 마지막 시리즈가 이 전시입니다. 금빛 배경 위에 역전된 인물, 대부분 자신과 아내 엘케의 나체가 먹선처럼 가는 필치로 그려져 있습니다. 중세 이콘화와 자신의 회화 언어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죽음을 앞둔 거장의 마지막 목소리입니다.

  • 로나 심슨 (Lorna Simpson), Third Person 푼타 델라 도가나 (Punta della Dogana), Pinault Collection | 3월 29일~11월 22일
    지난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개최한 Source Notes의 확장판입니다. 피노 컬렉션과 메트의 공동 기획으로, 20년에 걸친 심슨의 회화 실천을 가장 넓은 맥락에서 조망합니다. 깊고 푸른 색조의 대형 캔버스들이 흑인 여성의 내면적 세계를 열어 보입니다. 같은 층에서는 브라질 작가 파울로 나자레스 (Paulo Nazareth)의 Algebra도 전시 중입니다. 브라질에서 중앙아메리카, 미국까지 맨발로 걸어온 여정을 몸으로 기록한 작가의 유랑 실천을 집결한 전시입니다.

  • 아서 자파 & 리처드 프린스 (Arthur Jafa & Richard Prince), Helter Skelter 폰다치오네 프라다 베네치아 (Fondazione Prada Venezia) | 5월 9일~11월 23일
    큐레이터 낸시 스펙터 (Nancy Spector)는 이 전시를 "복잡하게 뒤엉킨 나라에 보내는 러브레터이자 신랄한 고발"이라고 묘사했습니다. 아서 자파의 Love Is the Message, the Message Is Death(2016)는 미국 내 인종차별의 역사를 영상 시로 엮어낸 작품이고, 리처드 프린스는 팝 문화 이미지를 전용해 미국의 표면과 심연을 동시에 드러냅니다. 두 작가가 전시를 구성하면서 주고받은 이미지들로 만든 진도 함께 전시됩니다. 사실상 미국관을 대신하는 전시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 에르난 바스 (Hernan Bas), The Visitors 카 페사로 국제현대미술관 (Ca' Pesaro – Galleria Internazionale d'Arte Moderna) | 5월 7일~8월 30일
    쿠바계 미국 작가 바스가 베니스 레지던시 동안 그린 30점 이상의 신작입니다. 루브르 모나리자 전시실, 아이슬란드 온천, 알카트라즈 주방을 배경으로 한 젊은 백인 남성 관광객들이 등장합니다. 멍하거나 지루하거나 때로는 불쾌하게 화난 얼굴들입니다. 바스는 이들을 대규모 관광의 가해자이자 피해자 모두로 그립니다. 관광객으로 가득한 비엔날레 시즌의 베니스 자체가 작품의 배경이 되는 메타적인 전시입니다.

  • 다야니타 싱 (Dayanita Singh), Archivio 베네치아 국립문서보관소 (Archivio di Stato di Venezia) | 4월 17일~7월 31일
    인도 사진작가 싱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 베네치아 국립문서보관소(976~1797년, 8세기에 걸친 기록)에서 25년간의 이탈리아 작업 300점을 선보입니다. 침대나 마리토쪼 같은 일상의 순간들, 각 도시의 공식 아카이브를 담은 사진들이 자유롭게 이동 가능한 정사각형 기둥 구조물에 설치됩니다. 로마, 토리노, 뉴델리 순회 시 재배치될 예정이라, 전시 자체가 살아있는 기억이 되는 작품입니다.

  • 시린 네샤트 (Shirin Neshat), Do U Dare! 팔라초 마린 (Palazzo Marin) | 5월 8일~9월 6일
    2018년 유튜브 본사 총격 사건의 실제 인물 나심 아그담 (Nasim Aghdam)을 소재로 한 신작 영화 3부작입니다. 흑백에서 컬러로 이행하는 화면 속에서 이란 출신 여성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내면이 점점 붕괴됩니다. 이란의 권위주의 체제와 미국 미디어 산업이 여성의 몸을 소비하는 방식을 병치시키며 오늘날 자유의 의미를 묻습니다. 시린 네샤트 특유의 미장센과 밀도 있는 상징 언어가 3부작 형식으로 집약됩니다.


팔레스타인을 추모한 작품이 국가관을 잃고 교회로 이동했습니다. 러시아, 이스라엘, 남아공 등 많은 국가관 이슈가 있습니다. 그 모든 이동과 이탈 끝에 예술이 남긴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시간이나고 돌아볼 때 올해 비엔날레는 어떻게 기록되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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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S NOTE: NUDITY – A performer rings a bell with her body at the Austrian pavilion called ‘Seaworld Venice’ by artist Ei Arakawa-Nash, at the Venice 2026 Biennale Art, in Venice, Italy, Thursday, Nov. 14, 2024. (AP Photo/Luca Bru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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