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뱅크시, 티파니 매장에서 경매 연다

d40a8b8fb985b.jpg


뱅크시, 티파니 매장에서 경매 연다

5월 20일, 뉴욕 5번가 티파니 플래그십 스토어 안에서 경매가 열립니다. 낙서 작가 뱅크시(Banksy)의 회화 'Girl and Balloon on Found Landscape'(2012)가 초대장 있는 사람만 입장 가능한 자리에서 최대 1800만 달러(약 248억 원)에 팔릴 수도 있거든요. 경매 플랫폼 Fair Warning이 기획한 이번 세일, 작품도 작품이지만 방식 자체가 먼저 눈길을 끕니다. 소더비도, 크리스티도 아닌 멤버십 전용 온라인 플랫폼이 명품 매장을 살롱 삼아 호가를 부르는 풍경, 미술 시장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단번에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뱅크시는 어떻게 100만 달러 작가가 됐을까

뱅크시(Banksy)의 'Girl with Balloon'은 2002년 런던 쇼디치 골목 벽에 스프레이로 뿌려진 그림이었습니다. 처음 경매에 나온 2005년엔 추정가 30만 원짜리 판화가 유찰됐을 정도로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죠. 지금은 같은 미서명 판화가 1억 원을 훌쩍 넘깁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2018년이었어요. 소더비 경매장에서 낙찰 직후 액자 속에 숨겨둔 분쇄기가 작동하며 그림이 세로로 잘려 내려갔고, 그 순간은 전 세계 뉴스가 됐습니다. 'Love is in the Bin'이라는 새 이름을 얻은 그 작품은 2021년 소더비에서 약 350억 원에 팔렸어요. 3년만에 18배가 오른 가격에 거래된 것이죠. 그 사건 이후 뱅크시 시장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Banksy, Girl and Balloon on Found Landscape (2012). Photo courtesy of Fair Warning.


이 그림이 특별한 이유

이번에 경매에 나오는 'Girl and Balloon on Found Landscape'는 뱅크시의 "Crude Oils"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낡은 풍경화를 중고 가게에서 사와, 거기에 뱅크시 특유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방식이에요. 강과 산이 펼쳐진 목가적 풍경 위로, 빨간 풍선을 향해 손 뻗는 소녀가 놓입니다. 작품이 공개된 적도 없고, 개인 소장으로만 머물렀던 작품이라 이번이 사실상 세상에 처음 나오는 자리입니다. 페어 워닝(Fair Warning)의 창업자 루아크 구제 (Loïc Gouzer)는 "뱅크시의 전 작업을 단 하나의 이미지로 압축한 작품"이라고 했습니다. 그가 과거 크리스티에서 살바토르 문디의 4700억 원 낙찰을 이끈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표현을 그냥 흘려듣기가 어렵습니다.


티파니 매장에서 경매를 여는 이유

페어 워닝은 원래 앱 기반의 멤버십 경매 플랫폼입니다. 2020년 바스키아 (Jean-Michel Basquiat) 작품을 앱 안에서만 팔아 150억 원에 성사시킨 선례도 있어요. 이번엔 오프라인 라이브 경매를 여는데, 장소가 티파니입니다. "사무실 옆이라서"라는 게 창업자의 대답이지만, 그 단순함 안에 계산이 있습니다. 스트리트 아트 작가의 작품이 명품 브랜드 쇼케이스 한가운데 걸린다는 그림 자체가 하나의 발언이니까요. 전통 경매 하우스의 무거운 의식을 걷어내고, 규칙을 다시 쓰는 방식. 그게 뱅크시가 미술계에 해온 일이고, 루아크 구제가 경매판에서 하려는 일이기도 합니다.


1억 달러짜리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루아크 구제는 뱅크시가 언젠가 1000억 원(약 1억 달러)짜리 작가가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해왔습니다. "바스키아가 그 가격에 닿을 거라고 했을 때도 다들 비웃었다"면서요. 실제로 바스키아의 최고 낙찰가는 지금 1000억 원이 넘습니다. 뱅크시의 현재 최고가는 2021년에 나온 'Love is in the Bin'의 약 350억 원이에요. 이번 'Girl and Balloon on Found Landscape'의 추정가 상단이 약 248억 원이니 기록 경신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습니다. 다만 이 작품이 낙찰된다면, 그 숫자와 방식 모두가 뱅크시 시장의 다음 챕터를 알리는 신호가 됩니다.


미술계가 오랫동안 뱅크시를 진지하게 대우하지 않았던 건, 그가 반 미술계적인 행보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가장 핫한 경매 방식으로, 가장 화려한 공간에서 그의 작품이 팔린다면 그건 시장이 그를 포용한 것일까요, 아니면 그가 시장을 바꾼 것일까요?


예술 애호가들은 꼭 챙겨보는 뉴스레터
🍋비롯 아트 뉴스레터 구독하기


images: Jussi Pylkkänen auctioned off this Andy Warhol piece for $16.7 million at Fair Warning’s first live auction. Photo: Annie Armstrong. / Banksy, Girl and Balloon on Found Landscape (2012). Photo courtesy of Fair Warning.




0
카카오톡 채널 채팅하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