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ide]아트부산 15주년: 규모 대신 아시아 네트워크

Moonassi’s large-scale hanging work as part of CONNECT, Art Busan 2026 (21–24 May 2026). Courtesy Art Busan.


아트부산 15주년: 규모 대신 아시아 네트워크

5월 21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24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 2026. 18개국 110개 갤러리가 참가한 올해는 창립 15주년이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작년(17개국 109개)과 비슷하지만, 분위기는 달랐어요. 글로벌 아트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지금, 아트부산은 "규모 경쟁은 끝났다"고 먼저 선언했습니다. 대신 택한 건 아시아 네트워크, 그리고 페어를 전시처럼 만드는 구조적 실험이었어요. 자세히 알아볼게요.


15주년, 무엇이 달라졌나

손영희 아트부산 이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핵심 메시지는 '아시아 네트워크 기반 아트페어로의 전환'이었어요. 도쿄 겐다이 (Tokyo Gendai), 아트 센트럴 홍콩 (Art Central Hong Kong), 아트 자카르타 (Art Jakarta)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올해는 대만을 게스트 국가로 선정해 아트 타이페이 (Art Taipei)와 공동 큐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10월엔 프리즈 런던 기간에 맞춰 국내 갤러리들의 유럽 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국제 협력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어요. 해외 아트페어를 직접 인수하거나 합병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전략에 대해서는 정선주 아트부산 페어&전시 총괄이 "가능성은 항상 열어두고 있지만 1~2년 내 즉각 추진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Eunju Kim’s drawings in CONNECT, Art Busan 2026 (21–24 May 2026). Courtesy Art Busan.


특별한 섹션들: 부스가 전시가 되는 곳

올해 아트부산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네 개의 특별 섹션이었습니다. 각각 다른 방향을 가리키면서도 하나의 메시지를 향해 있었어요. "페어를 전시처럼 만들겠다."

  • LIGHTHAUS: 부스가 하나의 전시가 되다
    라이트하우스는 갤러리 부스를 단일 큐레이션 전시 환경으로 재구성하는 올해 신설 섹션입니다. 공간 디자인과 큐레이션이 하나의 통합된 순간으로 합쳐지도록 설계된 '부스 인 부스' 형식이에요. 이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곳이 갤러리 바톤이었습니다. 국제갤러리는 줄리안 오피 솔로 부스를, 조현화랑은 도쿄 올림픽 경기장을 설계한 건축가 구마 켄고 의 작품을, 리안갤러리는 이강소와 에디 마르티네스를, 우손갤러리는 이다 유키마사의 하반기 개인전 프리뷰를 선보였습니다.

  • Connect: 도시와 지역성의 협업 전시
    커넥트는 라인문화재단 고원석 디렉터가 큐레이션을 맡았습니다. '도시성과 지역성'을 주제로 한국 중견 작가 6인의 솔로 프레젠테이션으로 구성됐어요. 서울 출신 작가 무나씨의 대형 작품이 관람객을 반깁니다. 부산 지역에서 작업 중인 김은주의 21미터에 달하는 연필 작품은 보는이의 마음을 압도합니다. 서용선은 농민과 군인을 형상화한 조각으로 근대 한국의 사회적 환경을 이야기합니다. 나점수의 설치 작업은 인간의 정신과 철학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됩니다. 페어장 안에서 독립된 전시 공간처럼 느껴지는 섹션의 임팩트는 아주 강렬했습니다.

  • Future: 5년 이내 갤러리들의 무대
    퓨처 섹션은 최근 5년 이내 설립된 신생 갤러리 23개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하나금융그룹의 '하나 퓨처 아트 어워드 (Hana Future Art Award)'는 총 2,000만 원 규모로, VIP 프리뷰 당일인 5월 21일 현장 심사를 통해 수상자를 발표했습니다. 후보 3팀은 히피한남의 류지민, 캡션서울의 인사이드 잡 (Inside Job), 비스킷 갤러리. 이 중 최종 수상자는 히피한남의 류지민 작가였어요.

  • Define: 아트와 디자인의 경계
    올해 신설된 섹션으로, 2028 부산 세계디자인수도(WDC) 선정을 기념해 구성됐습니다. 국내외 브랜드와 기관 8곳이 참여했어요. 덴마크 가구 브랜드 프리츠 한센 (Fritz Hansen)과 일본 목가구 브랜드 가리모쿠 (Karimoku)가 나란히 자리했고, 가리모쿠 부스에서는 LA 기반 디자이너 신 오쿠다 (Shin Okuda)의 관객 참여형 부스가 국내 최초로 공개됐습니다. 가구·오브제·에디션 작품을 회화·조각과 같은 맥락에서 제시하는 이 섹션, 집에 두고 싶은 것과 미술관에서 보는 것의 경계가 어디쯤인지를 물어옵니다.


무거움과 가벼움, 실재와 환영, 자연과 인공의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가 이태수의 작품.


벡스코 밖에서도 전시가 이어진다

페어장 밖에도 부산에 간다면 꼭 가봐야 할 곳들이 있죠. 

  • 도모헌: 원래 부산 시장 관저로 쓰이던 건물을 문화공간으로 전환한 곳으로, 고즈넉한 정원이 매력적인 공간이에요. 부산의 대표 카페인 모모스가 입점해 있으니 모닝 커피를 마시러 가보셔도 좋습니다. 아트부산 연계 전시 'ART ACCENT Prologue'가 5월 9일부터 6월 21일까지 열렸습니다. 세대 간 예술적 조화를 주제로 신진 작가의 실험성과 중견 작가의 깊이를 결합한 전시로, 김서량, 이태수, 김원진, 허찬미, 박영환이 참여했어요.

  • 부산현대미술관: 기획전시 '코뿔소와 유니콘', 소장품 수집 시스템을 드러내는 전시 '수집: 결정의 방'이 7월 19일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 별관 이우환 공간: 부산시립미술관 본관은 현재 리노베이션 공사 중으로 2026년 9월 재개관을 앞두고 있습니다. 별관 이우환 공간은 정상 운영 중이에요. 9월 재개관 시에는 이우환 공간도 신작 설치를 통해 새롭게 단장할 예정입니다.


매체들은 이번 페어를 어떻게 봤나
  • 오큘라: "폭발적 성장보다는 재조정(recalibration)으로 정의되는 순간에 아트부산 15주년 에디션이 도착했다"고 평했습니다. 많은 주요 아시아 페어들이 블루칩 중심 모델을 채택하는 가운데, 아트부산은 전시형 프레젠테이션 포맷, 공간 실험, 부스 내 더 치밀한 큐레이션 구조로의 전환을 선택했다는 분석이었어요.
  • 아트넷: 단순한 확장보다 지속 가능한 토대와 순환 시스템 구축을 강조하는 흐름으로 봤고, 2025년 데이터를 인용해 재방문자 증가와 구매 이력 보유 관람객 비율 상승을 긍정적 신호로 읽었습니다. 
  • 코리아헤럴드: "페어를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프레젠테이션의 장으로 확장해나가고 있다"는 정선주 총괄의 발언을 주목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시아경제가 "서울에서 경쟁하는 대신 아시아 내 차별화된 허브로 자리잡겠다는 전략"으로 이번 에디션을 정리했습니다.


대전시립미술관 전경


아트부산, 이렇게 다녀오세요

아트부산은 KTX로 당일치기도 가능합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2시간 30분, 벡스코는 지하철 센텀시티역과 바로 연결되니 이동 동선도 단순해요. 다만 여유가 있다면 로드투어를 권합니다.

  • 내려가는 길: 대구 경유
    대구미술관에서 두 전시를 함께 볼 수 있어요. 먼저 개관 15주년 기념 특별전 '서화무진 (書畵無盡): 시서화의 마술사들'이 6월 14일까지 열립니다. 192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화의 100년 흐름을 시기별로 조망하는 대규모 전시로, 1전시실부터 어미홀까지 전관을 사용합니다. 청전 이상범, 소정 변관식에서 시작해 이종상, 박대성, 서세옥까지 총 83명 작가의 작품 200여 점이 펼쳐집니다. 함께 볼 수 있는 '2025 신소장품 보고전'은 8월 9일까지로 여유 있습니다. 2025년 수집한 21명 작가의 작품 중 28점을 선별해 공개하는 전시로, 대구 근대미술, 1980년대 신형상미술, 해외 작가 등 세 섹션으로 구성됩니다.

  • 올라오는 길: 대전 경유
    대전시립미술관에서는 '앤디 워홀: 예술을 팔다'가 6월 21일까지 열립니다. 워홀이 광고, 잡지, 디자인, 일러스트 이미지를 어떻게 예술로 전환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전시예요. 미술은 물론이고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대전시립미술관 바로 옆에는 이응노 미술관이 있어요. 시간이 된다면 고암 이응노 (1904~1989)의 문자추상과 군상 시리즈도 함께 둘러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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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assi’s large-scale hanging work as part of CONNECT, Art Busan 2026 (21–24 May 2026). Courtesy Art Busan.
Eunju Kim’s drawings in CONNECT, Art Busan 2026 (21–24 May 2026). Courtesy Art Busan.
무거움과 가벼움, 실재와 환영, 자연과 인공의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가 이태수의 작품.
앤디 워홀: 예술을 팔다'가 열리고 있는 대전시립미술관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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