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ide]퐁피두 한화 개관 환호, 그리고 미술관 앞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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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 한화 개관 환호, 그리고 미술관 앞 시위

여의도 63빌딩에 세계적인 미술관이 들어섰습니다. 파리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의 아시아 분관, '퐁피두센터 한화'가 6월 4일 문을 열었어요. 한불 수교 140주년에 맞춘 개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까지 다녀간 화려한 출발이었습니다. 그런데 미술관 정문 안쪽에 피카소(Pablo Picasso)의 그림이 걸리는 동안, 바깥에서는 "제노사이드 아트워싱을 멈추라"는 피켓이 올라왔습니다. 환호와 항의가 같은 날 한자리에서 마주친 이 개관,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먼저 미술관이 무엇을 보여주는지부터 차근히 들여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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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을 열었나요?

'퐁피두센터 한화'는 파리 퐁피두센터와 한화문화재단이 손잡고 만든 미술관으로, 한화문화재단이 4년간 운영권을 갖습니다. 이 기간 퐁피두 소장품을 바탕으로 연 2회 전시를 열고, 한국·동시대 미술 기획도 병행해요. 장소는 여의도 63빌딩으로, 건축가 장미셸 빌모트(Jean-Michel Wilmotte)가 리노베이션을 맡았습니다. 지층 로비에는 큐비즘 조각의 대표작인 레몽 뒤샹-비용(Raymond Duchamp-Villon)의 청동 조각 '대형 말(The Large Horse)'이 관람객을 맞고, 2·3층 두 개의 대형 전시실(제1전시실은 층고 7m의 더블 하이트 구조), 4층엔 한강을 조망하는 옥상과 레스토랑이 자리합니다. 개관전은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The Cubists: Inventing Modern Vision)〉로, 6월 4일부터 10월 4일까지 이어집니다. 성인 입장료는 2만 8천 원이에요. 개관전 이후로는 샤갈, 칸딘스키, 마티스와 야수주의, 브랑쿠시 국내 첫 대규모 전시 등이 예고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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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전 〈큐비스트〉는 어떤 전시인가요?

이번 전시는 큐비즘이 태동한 1907년경부터 1920년대까지의 전개를 폭넓게 조망합니다. 총 54명의 작가, 112점이 걸렸는데, 이 가운데 파리 퐁피두센터 소장품이 91점, 한국 근현대미술 작품이 21점이에요. 핵심은 큐비즘을 단일한 양식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꾼 시각 혁명"으로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르네상스 이후 미술은 고정된 하나의 눈, 즉 원근법을 절대 진리로 여겨왔는데, 큐비즘은 여러 시점에서 본 대상을 한 화면에 재구성하며 그 전제를 깨부쉈죠. 산업화와 도시화로 달라진 근대인의 시각 경험이 그 배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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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은 어떻게 구성되나요?

전시는 9개 섹션으로 흐릅니다. 세잔의 영향 아래 시작된 초기 실험에서 출발해, 피카소와 브라크(Georges Braque)의 분석적 큐비즘, 색채와 리듬 중심의 오르픽 큐비즘, 대중 전시와 이론으로 확산된 살롱 큐비즘, 그리고 전쟁 이후의 변형과 1920년대 양식적 변주까지 한 흐름으로 이어져요. 대표 출품작으로는 큐비즘의 시작을 알린 피카소의 '여인의 흉상'(1907), 브라크의 '레스타크의 고가교'(1908), 페르낭 레제의 대작 '결혼식', 로베르 들로네의 '파리의 도시' 등이 있습니다. 특히 피카소가 발레 〈메르퀴르〉를 위해 제작한 대형 무대막이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점도 눈여겨볼 만해요. 회화뿐 아니라 조각·드로잉·디자인·아카이브 자료까지 함께 구성해, 큐비즘이 회화 양식을 넘어 당대 문화 전반의 감각을 어떻게 바꿨는지 다층적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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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과의 접점, 그리고 큐비즘을 더 가까이 보는 법

이번 전시에서 비롯이 특히 주목한 건 제2전시실 메자닌의 특별 섹션 'KOREA FOCUS: 모던 아방가르드를 향한 꿈의 지도'입니다. 20세기 전반 한국 근대미술 형성기에 파리가 지녔던 의미를 되짚고, 큐비즘 이후의 시각이 한국 미술에 어떻게 번역·변주됐는지를 김환기, 유영국, 박래현, 이수억 등의 작업으로 보여줘요. 한국전쟁 피란민 군상을 큐비즘적 화면으로 압축한 이수억의 '6·25 동란', 전통 동양화 재료와 입체주의 구성을 결합한 박래현의 '노점' 같은 작품은, 서구 양식이 단순 수용을 넘어 한국적 현실 속에서 새롭게 태어난 장면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큐비즘의 진짜 매력은 한 번 그 '눈'을 익히면 다른 작품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는 데 있어요. 피카소가 하나의 얼굴을 여러 각도로 쪼개 한 화면에 펼쳐놓았듯, 큐비즘은 '본다는 것'의 규칙을 바꾼 사건이니까요. 전시에서 받은 그 감각을 일상으로 가져오고 싶다면, 비롯의 피카소 컬렉션에서 그의 시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차분히 들여다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피카소 컬렉션 보기


(여의도 63빌딩건물 앞, 한화 퐁피두센터 개관을 반대하는 기자회견 참가 주최측, 연대자, 활동가, 예술인들이 다이인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사진 ⓒ 홍지영 (우프 W/O F.)


환호 뒤의 그림자 '아트워싱' 논란

화려한 개관에는 그림자도 함께 드리웠습니다. 개관 전부터 국내외 미술계가 한화의 방산 사업을 문제 삼았거든요. 한화시스템은 2021년 이스라엘 방산기업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 엘타 시스템즈(Elta Systems)와 협력 계약을 맺은 이력이 있는데, 비판자들은 이를 들어 "무기 산업과 연관된 기업이 문화예술로 이미지를 세탁한다"며 '아트워싱(art-washing)'이라고 지적합니다. 

국내에서는 '검열에 반대하는 예술가행동'이 5월 19일 언론 공개일에 미술관 앞에서 "제노사이드 아트워싱을 멈추라"는 집회를 열었고, 해외에서는 5월 27일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에 실린 기고와 공개서한을 통해 프랑스 예술가·미술계 인사 100여 명이 협력 종료를 요구했습니다. 서명자 중엔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받은 알리 셰리(Ali Cherri), 2021년 마르셀 뒤샹상 수상자 릴리 레노-드와르(Lili Reynaud-Dewar) 같은 이름도 있었어요. 이들은 "다국적 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미술관의 국제적 확장"과 "문화의 상품화" 자체를 함께 비판했습니다. 

이에 한화문화재단은 "비영리 조직으로서 작가 지원과 국제 문화교류에 힘쓰고 있으며, 앞으로도 미술계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한편 미술계 일각에서는 다른 결의 우려도 나옵니다.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정준모는 "'퐁피두' 브랜드에 기대 관객을 끌면, 한국 미술계가 서구 명작을 소비하는 통로로 전락하는 '문화 종속'이 될 수 있다"며, 개관 자체보다 그 이후를 더 걱정했습니다.


환호와 항의 사이, 당신의 기준은?

한 미술관의 개관이 이렇게 복잡한 감정을 동시에 부른 적이 또 있었나 싶습니다. 누군가에겐 피카소를 여의도에서 만나는 설렘이고, 누군가에겐 그 설렘 뒤의 자본을 묻는 질문이니까요. 사실 미술의 역사는 늘 후원과 권력, 그리고 그것을 향한 비판이 뒤엉켜 흘러왔습니다. 메디치 가문의 후원이 르네상스를 꽃피웠듯, 거대 자본은 종종 우리가 사랑하는 작품을 우리 곁으로 데려오죠. 동시에 그 자본의 출처를 묻는 목소리 또한 미술계가 스스로를 건강하게 지키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정답을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질문은 우리 모두의 몫으로 남아요. 여러분은 좋은 작품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면 그 후원의 출처는 따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작품을 보기 전에 그 돈이 어디서 왔는지부터 물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아트워싱'이라는 말 앞에서, 여러분의 기준은 어디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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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s: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전시 전경 및 외관, 퐁피두센터 한화 제공 / (여의도 63빌딩건물 앞, 한화 퐁피두센터 개관을 반대하는 기자회견 참가 주최측, 연대자, 활동가, 예술인들이 다이인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사진 ⓒ 홍지영 (우프 W/O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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