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ide]전속 작가와 갤러리는 서로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Leo Castelli, Ivan Karp e Andy Warhol


전속 작가와 갤러리는 서로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거의 모든 작가가 갤러리 전속을 꿈꿉니다. 가고시안(Gagosian)이든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든, 작은 갤러리든 상관없습니다. "누군가 내 작업에 자기 이름을 걸어줄 만큼 믿어준다"는 것, 그 한마디가 작가에게는 성공의 다른 이름이니까요. 비롯도 예전에 한 번, 갤러리와 작가의 전속이 무엇이고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들여다본 적이 있죠. 그런데 정작 '전속'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놀랍도록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묻는 사람마다 전혀 다른 답을 내놓거든요. 그 모호함 속으로 한 발 더 들어가 봅니다.


Larry Gagosian, Basquiat and Keith Haring, c1982


묻는 사람마다 다른 답을 내놓는다

변호사에게 전속이 뭐냐고 물으면 '계약'을 이야기합니다. 딜러에게 물으면 '파트너십'을, 작가에게 물으면 '희망'에 가까운 무언가를 말하죠. 전속의 형태도 시대에 따라 변해왔습니다. 1960~70년대 레오 카스텔리(Leo Castelli)처럼 작가에게 매월 스튜디오 지원금을 주던 방식에서, 1980년대 이후엔 제작비와 출판, 언론 대응, 아트페어 참가까지 떠안는 복합적 지원으로 확장됐고요. 계약 유형도 여러 갈래입니다. 작가의 전 작업을 한 갤러리가 대표하는 전면 전속, 특정 지역에서만 독점권을 갖는 지역 전속, 특정 연작이나 매체에만 적용되는 부분 전속처럼요. 같은 '전속'이라는 말 안에 이렇게 다른 약속들이 담겨 있습니다.


Portrait of Nigel Cooke Portrait of Nigel Cooke. Photo: Lorenzo Palmieri


작가는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놓치는가

작가가 전속에서 바라는 건 비교적 분명합니다. 안정적인 전시 기회, 컬렉터와 미술관으로 이어지는 길, 그리고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죠. 영국 작가 나이절 쿡(Nigel Cooke)이 2002년 첫 갤러리와 손잡을 때 바란 것도 경매 기록이 아니라, 강의를 그만두고 그림만으로 먹고사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작가들은 전속이 '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에 집중하느라, 정작 그 관계가 끝났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덜 신경 씁니다. 작가와 갤러리를 모두 자문해온 변호사 사바나 후이테마(Savannah Huitema)에 따르면, 어떤 계약에는 관계가 끝난 뒤에도 일정 기간 갤러리가 작가의 판매 수익을 계속 가져가는 조항, 이른바 '잔여 수수료' 조항이 붙어 있습니다. 독점의 범위와 기간, 수익 배분, 종료 조건, 작품의 소유권과 저작권. 작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이런 항목들이, 한국을 비롯한 여러 시장에서는 여전히 서면 없이 신뢰만으로 굴러가곤 합니다.


Iwan Wirth, Manuela Wirth and Marc Payot, Presidents, Hauser & Wirth. Courtesy Hauser & Wirth. Photo: David Needleman / AUGUST


갤러리는 무엇을 원하는가

반대편의 갤러리는 무엇을 바랄까요. 갤러리에게 전속은 단순한 판매 대행이 아니라, 한 작가의 경력에 자본과 시간과 평판을 거는 장기 투자입니다. 작품을 제작하고 보관하고 운송하며, 아트페어 부스와 언론 노출, 미술관 소개에 적지 않은 비용을 먼저 들이죠. 그래서 갤러리가 작가에게 기대하는 가치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꾸준한 작업, 약속을 지키는 신뢰, 그리고 함께 멀리 보는 장기적 관점. 갤러리 입장에서 가장 곤란한 건, 자신들이 시장을 키워놓은 작가가 더 큰 갤러리로 조용히 옮겨가거나, 뒤에서 직거래로 작품을 파는 경우입니다. 독점 조항은 갤러리가 자신의 투자를 지키려는 장치이기도 한 셈이죠. 작가에게 족쇄로 느껴지는 조항이, 갤러리에겐 생존의 조건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Marc Glimcher on Maysha Mohamedi’s New Works


낭만적 상상과 현실의 괴리

이렇게 양쪽의 기대가 다르다 보니, 전속의 낭만적 이미지와 실제 사이에는 늘 틈이 생깁니다. 낭만적 버전은 익숙한 직선 서사예요. 딜러가 작가를 발견하고, 작업을 믿고, 컬렉터에게 소개하고, 미술관에 들이며 한 사람의 경력을 차근차근 쌓아 올린다는 것. 하지만 상업적 실체는 훨씬 덜 화려합니다. 위탁과 수수료, 대금 지급 일정, 재고와 보관, 독점 조항과 퇴장 조항으로 이뤄져 있죠. 후이테마의 말처럼 "이건 여전히 상업적 시스템이고, 그 사실이 없는 척하는 건 실수"입니다. 낭만은 작가의 몫이고 파트너십은 딜러의 언어지만, 그 모두를 떠받치는 건 결국 한 장의 계약서라는 뜻이죠. 최근 페이스(Pace)가 대규모로 작가를 정리하면서 드러났듯, 이 틈이 벌어질 때 가장 취약한 쪽은 대개 작가입니다.


Founder and Owner Shihui Zhou.


좋은 전속이란 무엇인가, 대안은 없는가

그렇다면 좋은 전속은 무엇일까요.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기는 관계가 아니라, 양쪽의 기대가 명확한 약속으로 정리된 관계일 겁니다. 독점의 범위와 기간, 정산 방식, 작품 반환과 종료 후 수수료 조항을 서면으로 분명히 하고, 갤러리는 투명한 회계와 제때의 정산으로 신뢰를 쌓는 것. 그 위에서야 전속은 족쇄가 아니라 동행이 됩니다. 한편 전속 자체를 다시 묻는 흐름도 있습니다. 독점을 추구하는 대신 관계를 추구하는 방향이죠. 작품의 소유권은 작가가 쥔 채 판매만 맡기는 위탁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뉴욕 차이나타운의 LATITUDE나 LA의 SEA VIEW처럼 아예 전속을 지양하고 느슨한 장기 관계를 택하는 갤러리들, "데이트하듯" 여러 전시를 거친 뒤에야 정식 전속을 제안하는 점진적 방식, 그리고 하우저 앤 워스의 'Collective Impact'처럼 대형과 중소 갤러리가 한 작가를 함께 지원하며 자원을 나누는 공동 전속 모델도 있고요. 전속이 유일한 정답이 아니라, 작가와 갤러리가 처한 조건에 맞는 여러 형태 중 하나라는 인식이 점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끝낼 때 드러나는 것"

전속은 누군가에게는 계약이고, 누군가에게는 파트너십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희망입니다. 어느 한쪽의 시선만으로는 온전히 설명되지 않죠. 중요한 건 작가와 갤러리가 서로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를 솔직하게 꺼내놓는 일일 겁니다. 좋은 관계는 시작할 때가 아니라 끝낼 때 드러난다고들 하니까요. 당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 뒤에 붙은 갤러리의 이름을 볼 때, 그 한 줄 안에 어떤 약속과 기대가 얽혀 있을지 한번 상상해 본다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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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s: Leo Castelli, Ivan Karp e Andy Warhol / Larry Gagosian, Basquiat and Keith Haring, c1982 / Portrait of Nigel Cooke Portrait of Nigel Cooke. Photo: Lorenzo Palmieri / Iwan Wirth, Manuela Wirth and Marc Payot, Presidents, Hauser & Wirth. Courtesy Hauser & Wirth. Photo: David Needleman / AUGUST / Marc Glimcher on Maysha Mohamedi’s New Works / Shihui Zhou. Photo by Xi Li, courtesy of Latitude Gallery, New York. / Founder and Owner Shihui Zh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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