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아트바젤 전시 및 판매된 작품
매년 6월, 스위스의 작은 도시 바젤은 일주일 동안 세계 미술의 수도가 됩니다. 올해도 메세 바젤(Messe Basel)에 43개국 290개 갤러리가 모였습니다. 첫날부터 약 535억 원(3500만 달러)짜리 피카소(Pablo Picasso)가 팔려나갔지만, 정작 현장의 공기는 들뜨기보다 차분했습니다. "광란의 사재기는 끝났다"는 말과 "다시 '예스'라고 말해도 안전하다고 느낀다"는 말이 동시에 오간 자리. 회복은 분명한데, 그 회복의 표정이 예전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2026년의 바젤은 무엇을 보여줬을까요?

올해 바젤, 한마디로 어땠나
올해 아트바젤은 "최근 몇 년 중 가장 강했던 해"로 요약됩니다. 화요일 VIP 프리뷰가 끝날 무렵, 올해 플래그십 페어의 판매가 2025년보다 눈에 띄게 강하다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다만 딜러들은 이것이 코로나 이후의 투기적 광풍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투기 열기는 오래전에 식었고, 290개 출품 갤러리 상당수가 매우 신중하게 움직였습니다. 한 어드바이저의 표현처럼 "사재기 광풍"은 아니어도 약 3억~30억 원(20만~200만 달러) 구간의 작품이 꾸준히 팔리는, 이른바 '질로의 도피(flight to quality)'가 이어진 것입니다. 미국과 아시아 컬렉터의 발길이 예년보다 옅어진 가운데, 온 사람들은 "진심으로 이곳에 와서 기뻐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한편 페어는 디지털 아트 섹터 'Zero 10'을 유럽에서 처음 선보이며 새로운 컬렉터층을 향한 다리도 놓았습니다.

꼭 봐야 할 부스는 어디였나
올해 바젤에서 평단의 눈길을 끈 부스는 역사적 거장과 저평가된 목소리를 함께 불러낸 자리들이었습니다. 하우저앤워스(Hauser & Wirth)는 필립 거스턴(Philip Guston)의 보기 드문 회화를 'Basel Exclusive'로 내걸며 화제를 모았고, 갤러리 측은 "정말 예외적인, 시장에 나오기 힘든 작품"이라며 직접 보러 올 것을 권했습니다. 흑인 여성의 삶과 건축적 공간을 엮어온 밀드레드 하워드(Mildred Howard), 빛과 텍스트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알프레도 자르(Alfredo Jaar)의 부스도 인상적인 자리로 꼽혔습니다. 거대한 청동이나 만화적 상상력을 끌어들인 부스까지, 올해는 '안전한 블루칩'과 '도전적인 시도'가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풍경이 두드러졌습니다.

언리미티드, 거대한 상상의 무대
바젤의 백미 중 하나는 거대 설치 전용 섹터 '언리미티드(Unlimited)'입니다. 규모와 야심에서 다른 페어가 따라오기 어려운 무대로, 올해는 모마 PS1의 루바 카트립(Ruba Katrib)이 처음 큐레이션을 맡아 66개 갤러리의 59개 프로젝트를 선보였습니다. 화제작도 여럿 새 주인을 찾았습니다. 이자 겐츠켄(Isa Genzken)의 Untitled(2018)은 세 갤러리가 공동 출품해 약 21억 원(120만 유로)에 유럽의 한 미술관으로 갔고,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의 Blue Obelisk(1992)는 프랑스의 사립 미술관에 약 18억 원(100만 유로 이상)에 팔렸습니다.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의 낡은 해변 오두막 설치 Knowing My Enemy(2002)는 화이트큐브(White Cube)를 통해 약 26억 원(125만 파운드)에 거래됐습니다. 거대한 스케일이 곧 거대한 거래로 이어지는, 언리미티드만의 장면입니다.

VIP들은 무엇을, 얼마에 골랐나
첫날의 주인공은 단연 하우저앤워스였습니다. 1963년작 피카소가 약 535억 원(3500만 달러)에 팔리며 이번 페어 최고가를 기록했고, 이 갤러리는 현지시간 오후 4시까지 35점을 판매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최고가 트로피 작품과 함께 20세기 중반 여성 작가에 대한 수요가 두드러졌고, 올해 처음 도입된 'Basel Exclusive'(디지털 프리뷰에 공개하지 않고 현장에서만 선보이는 작품) 출품작들도 가격대를 가리지 않고 팔려나갔습니다. 첫날 주요 거래를 갤러리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하우저앤워스(Hauser & Wirth)
-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Le peintre et son modèle dans un paysage(1963) — 약 535억 원(3500만 달러)
-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 약 306억 원(2000만 달러)
- 사이 트웜블리(Cy Twombly), On Returning from Tonnicoda(1973) — 약 77억 원(500만 달러)
-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Les Fleurs(2009) — 약 38억 원(250만 달러)
- GRAY
-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Studio Interior #2(2014) — 약 130억 원(850만 달러)
- 가고시안(Gagosian)
- 빌럼 더 코닝(Willem de Kooning), Untitled(1984) — 700만 달러대 후반(아시아 사립 컬렉션)
-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
- 헬렌 프랑켄탈러(Helen Frankenthaler), Sudden Wave(1982) — 약 46억 원(300만 달러)
- 화이트큐브(White Cube)
- 린 드렉슬러(Lynne Drexler), Untitled(1960) — 약 38억 원(250만 달러)
- 페이스(Pace)
- 린다 벵글리스(Lynda Benglis), Power Tower(2019) — 약 21억 원(140만 달러)
-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 — Basel Exclusive
- 엘리자베스 페이턴(Elizabeth Peyton), Transmission (E, rose)(2026) — 약 18억 원(120만 달러)
- 알민 레쉬(Almine Rech) — Basel Exclusive
-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회화 — 600만 달러대(약 92억~99억 원)
- 스프루스 마거스(Sprüth Magers) — Basel Exclusive
- 존 발데사리(John Baldessari), 'Emoji Series' 중 2017년작 — 약 7억 7천만 원(50만 달러)

매체와 비평가들은 어떻게 봤나
이번 바젤을 보는 평단의 시선은 '안정'과 '권태' 사이에 걸쳐 있었습니다. 아트넷(Artnet)은 "아트바젤이 예상치 못한 도전에 직면했다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제목으로, 모두가 안전하게 움직이며 시장 회복을 관망하는 분위기를 짚었습니다. 작품이 알아서 팔리던 시절과 달리, 올해는 딜러들이 부스에서 직접 발로 뛰며 설득해야 팔렸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전 아트바젤 디렉터 마크 슈피글러(Marc Spiegler)는 한 행사에서 "더 많은 갤러리가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한 부스를 시도해야 한다"며 너무 안전하게만 가는 흐름에 일침을 놓았습니다. 너무 몸을 사릴 때의 진짜 위험은, 결국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회복은 분명하지만 '활기'와는 다른, 신중하게 재편되는 시장의 표정을 여러 매체가 공통적으로 읽어낸 셈입니다.

바젤에 가면 꼭 봐야 할 전시
페어장 밖, 도시 전체가 미술관이 되는 것도 바젤 주간의 매력입니다. 리헨의 미술관부터 빈 건물을 통째로 점유한 대안 행사까지, 페어가 열리는 일주일 동안 바젤 곳곳에서 굵직한 전시가 함께 펼쳐집니다. 이번 주간에 놓치기 아까운 전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 바이엘러 재단(Fondation Beyeler), 2026.5.24~9.13. 픽션과 생물학, 기계학습이 뒤섞인 '소울스케이프'로 갤러리를 살아 있는 환경처럼 바꿔놓는 스위스 첫 대규모 개인전
- 헬렌 프랑켄탈러(Helen Frankenthaler), 쿤스트뮤지엄 바젤(Kunstmuseum Basel), 2026.4.18~8.23. 물감을 화폭에 스미게 하는 '소크-스테인' 기법으로 색의 서정을 펼친 추상표현주의 거장의 유럽 최대 규모 회고전
- 차오 페이(Cao Fei) Testimonies to the Near Future, 쿤스트뮤지엄 바젤(Kunstmuseum Basel), 2026.5.30~10.11. 세 개 층을 채운 몰입형 환경으로 도시화·디지털화 속 현재를 다시 비추는 중국 작가의 대형 전시
- 바젤 소셜클럽(Basel Social Club) Office(단체전), 에르트베어그라벤 1(Erdbeergraben 1), 2026.6.14~20. 빈 사무실 건물을 통째로 점유해 '오피스'를 테마로 전시·퍼포먼스·심야 프로그램을 펼치는 작가 주도 대안 행사
- 안젤리카 메시티(Angelica Mesiti) Reverb, 뮤지엄 팅겔리(Museum Tinguely), ~2026.8.20. 모스 부호로 전해진 마지막 메시지가 드럼·춤·수어로 번역되며, 말없이 소통하는 인간의 방식을 탐구하는 영상 작업
- 마야 루즈니치(Maja Ruznic) Who Tastes Fire and Cannot Speak, 컨템포러리 파인 아츠(Contemporary Fine Arts), 2026.6.14~7.25. 보스니아 전쟁으로 실향한 작가가 기억과 영성, 신화를 겹겹이 쌓아 올린 회화
- 베르너 팬톤(Verner Panton) Form, Colour, Space, 비트라 샤우데포(Vitra Schaudepot), ~2026.9.5. 탄생 100주년을 맞은 덴마크 미드센추리 디자인 거장의 회고전
회복한 시장, 무엇이 달라졌나
올해 바젤은 분명 2년간의 침체를 딛고 회복의 신호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 회복은 환호보다 신중함에, 새로운 발견보다 검증된 이름에 기대어 있었습니다. 최고가 트로피 작품과 20세기 여성 거장에게로 수요가 몰리는 동안, 페어는 디지털 아트와 작가 주도 모델 같은 새로운 실험도 함께 품으려 애썼습니다. 안전함과 모험 사이에서 미술시장은 지금 어느 쪽으로 무게를 옮겨가고 있을까요? 그리고 여러분이 바젤의 통로를 걷는다면, 검증된 거장의 방과 낯선 실험의 방 중 어느 문을 먼저 열어보고 싶으신가요?
예술 애호가들은 꼭 챙겨보는 뉴스레터
🍋비롯 아트 뉴스레터 구독하기
images: Courtesy of Art Basel / Helen Frankenthaler, Kunstmuseum Basel
2026 아트바젤 전시 및 판매된 작품
매년 6월, 스위스의 작은 도시 바젤은 일주일 동안 세계 미술의 수도가 됩니다. 올해도 메세 바젤(Messe Basel)에 43개국 290개 갤러리가 모였습니다. 첫날부터 약 535억 원(3500만 달러)짜리 피카소(Pablo Picasso)가 팔려나갔지만, 정작 현장의 공기는 들뜨기보다 차분했습니다. "광란의 사재기는 끝났다"는 말과 "다시 '예스'라고 말해도 안전하다고 느낀다"는 말이 동시에 오간 자리. 회복은 분명한데, 그 회복의 표정이 예전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2026년의 바젤은 무엇을 보여줬을까요?
올해 바젤, 한마디로 어땠나
올해 아트바젤은 "최근 몇 년 중 가장 강했던 해"로 요약됩니다. 화요일 VIP 프리뷰가 끝날 무렵, 올해 플래그십 페어의 판매가 2025년보다 눈에 띄게 강하다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다만 딜러들은 이것이 코로나 이후의 투기적 광풍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투기 열기는 오래전에 식었고, 290개 출품 갤러리 상당수가 매우 신중하게 움직였습니다. 한 어드바이저의 표현처럼 "사재기 광풍"은 아니어도 약 3억~30억 원(20만~200만 달러) 구간의 작품이 꾸준히 팔리는, 이른바 '질로의 도피(flight to quality)'가 이어진 것입니다. 미국과 아시아 컬렉터의 발길이 예년보다 옅어진 가운데, 온 사람들은 "진심으로 이곳에 와서 기뻐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한편 페어는 디지털 아트 섹터 'Zero 10'을 유럽에서 처음 선보이며 새로운 컬렉터층을 향한 다리도 놓았습니다.
꼭 봐야 할 부스는 어디였나
올해 바젤에서 평단의 눈길을 끈 부스는 역사적 거장과 저평가된 목소리를 함께 불러낸 자리들이었습니다. 하우저앤워스(Hauser & Wirth)는 필립 거스턴(Philip Guston)의 보기 드문 회화를 'Basel Exclusive'로 내걸며 화제를 모았고, 갤러리 측은 "정말 예외적인, 시장에 나오기 힘든 작품"이라며 직접 보러 올 것을 권했습니다. 흑인 여성의 삶과 건축적 공간을 엮어온 밀드레드 하워드(Mildred Howard), 빛과 텍스트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알프레도 자르(Alfredo Jaar)의 부스도 인상적인 자리로 꼽혔습니다. 거대한 청동이나 만화적 상상력을 끌어들인 부스까지, 올해는 '안전한 블루칩'과 '도전적인 시도'가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풍경이 두드러졌습니다.
언리미티드, 거대한 상상의 무대
바젤의 백미 중 하나는 거대 설치 전용 섹터 '언리미티드(Unlimited)'입니다. 규모와 야심에서 다른 페어가 따라오기 어려운 무대로, 올해는 모마 PS1의 루바 카트립(Ruba Katrib)이 처음 큐레이션을 맡아 66개 갤러리의 59개 프로젝트를 선보였습니다. 화제작도 여럿 새 주인을 찾았습니다. 이자 겐츠켄(Isa Genzken)의 Untitled(2018)은 세 갤러리가 공동 출품해 약 21억 원(120만 유로)에 유럽의 한 미술관으로 갔고,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의 Blue Obelisk(1992)는 프랑스의 사립 미술관에 약 18억 원(100만 유로 이상)에 팔렸습니다.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의 낡은 해변 오두막 설치 Knowing My Enemy(2002)는 화이트큐브(White Cube)를 통해 약 26억 원(125만 파운드)에 거래됐습니다. 거대한 스케일이 곧 거대한 거래로 이어지는, 언리미티드만의 장면입니다.
VIP들은 무엇을, 얼마에 골랐나
첫날의 주인공은 단연 하우저앤워스였습니다. 1963년작 피카소가 약 535억 원(3500만 달러)에 팔리며 이번 페어 최고가를 기록했고, 이 갤러리는 현지시간 오후 4시까지 35점을 판매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최고가 트로피 작품과 함께 20세기 중반 여성 작가에 대한 수요가 두드러졌고, 올해 처음 도입된 'Basel Exclusive'(디지털 프리뷰에 공개하지 않고 현장에서만 선보이는 작품) 출품작들도 가격대를 가리지 않고 팔려나갔습니다. 첫날 주요 거래를 갤러리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매체와 비평가들은 어떻게 봤나
이번 바젤을 보는 평단의 시선은 '안정'과 '권태' 사이에 걸쳐 있었습니다. 아트넷(Artnet)은 "아트바젤이 예상치 못한 도전에 직면했다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제목으로, 모두가 안전하게 움직이며 시장 회복을 관망하는 분위기를 짚었습니다. 작품이 알아서 팔리던 시절과 달리, 올해는 딜러들이 부스에서 직접 발로 뛰며 설득해야 팔렸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전 아트바젤 디렉터 마크 슈피글러(Marc Spiegler)는 한 행사에서 "더 많은 갤러리가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한 부스를 시도해야 한다"며 너무 안전하게만 가는 흐름에 일침을 놓았습니다. 너무 몸을 사릴 때의 진짜 위험은, 결국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회복은 분명하지만 '활기'와는 다른, 신중하게 재편되는 시장의 표정을 여러 매체가 공통적으로 읽어낸 셈입니다.
바젤에 가면 꼭 봐야 할 전시
페어장 밖, 도시 전체가 미술관이 되는 것도 바젤 주간의 매력입니다. 리헨의 미술관부터 빈 건물을 통째로 점유한 대안 행사까지, 페어가 열리는 일주일 동안 바젤 곳곳에서 굵직한 전시가 함께 펼쳐집니다. 이번 주간에 놓치기 아까운 전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회복한 시장, 무엇이 달라졌나
올해 바젤은 분명 2년간의 침체를 딛고 회복의 신호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 회복은 환호보다 신중함에, 새로운 발견보다 검증된 이름에 기대어 있었습니다. 최고가 트로피 작품과 20세기 여성 거장에게로 수요가 몰리는 동안, 페어는 디지털 아트와 작가 주도 모델 같은 새로운 실험도 함께 품으려 애썼습니다. 안전함과 모험 사이에서 미술시장은 지금 어느 쪽으로 무게를 옮겨가고 있을까요? 그리고 여러분이 바젤의 통로를 걷는다면, 검증된 거장의 방과 낯선 실험의 방 중 어느 문을 먼저 열어보고 싶으신가요?
예술 애호가들은 꼭 챙겨보는 뉴스레터
🍋비롯 아트 뉴스레터 구독하기
images: Courtesy of Art Basel / Helen Frankenthaler, Kunstmuseum Bas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