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스 해링이 캔버스에만 작업하진 않은 이유
한 작가의 작업을 떠올릴 때 우리는 보통 캔버스와 아크릴, 혹은 유화를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키스 해링(Keith Haring)에게 캔버스는 여러 표면 중 하나에 불과했습니다. 그는 쓰레기통, 자동차, 사람의 몸까지 손에 닿는 거의 모든 것을 작업의 무대로 삼았죠. 지금 크리스탈 브리지스 미술관(Crystal Bridges Museum of American Art)에서 2027년 1월 25일까지 열리는 'Keith Haring in 3D'는 그의 입체 작업을 시간순으로 짚어봅니다.

해링의 캔버스는 어떤 모습이었나
짖는 개, 빛나는 아기, 강력한 에너지를 내뿜는 UFO, 두근거리는 하트 등 해링의 캔버스는 끊기지 않는 선 하나로 그려낸 반복적인 아이콘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명암도, 수정의 흔적도 없이 평평하고 경쾌한 이 선들은 1980년대 뉴욕 지하철 광고판의 검은 여백에 분필로 그리던 낙서에서 출발했죠. 가볍고 유쾌해 보이는 표면 아래에는 늘 무거운 주제가 있었습니다. 큐레이터 로버트 스토어(Robert Storr)는 도록에서 "그는 모든 걸 너무 쉬워 보이게 만들었다"고 적었는데, 그 손쉬움이야말로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가리는 역설이었다는 뜻입니다.

어린 시절, 어디서나 그리는 법을 배우다
해링은 1958년 펜실베이니아주 리딩에서 태어나 인근 소도시 커츠타운에서 자랐습니다. 아마추어 만화가였던 아버지에게서 어릴 때부터 만화 캐릭터 그리는 법을 배웠고,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닥터 수스(Dr. Seuss)의 그림책을 보며 자랐죠. 그에게 그림은 처음부터 화폭 위의 예술이라기보다 놀이이자 언어에 가까웠던 셈입니다. 1978년 뉴욕의 스쿨 오브 비주얼 아츠(School of Visual Arts)에 진학하며 도시로 건너온 뒤, 그는 강의실보다 거리에서 더 많은 걸 배웠습니다. 지하철 광고판의 빈 검은 여백, 클럽의 벽, 낯선 이의 옷차림 등 도시 전체가 이미 그에게는 캔버스였던 것이죠. 이 감각이 훗날 그가 재료를 가리지 않고 그려나가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캔버스 밖에서는 무엇에 그렸나
해링은 쓰레기통, 화분, 목발, 유아용 침대와 의자까지 눈에 띄는 사물을 전부 캔버스로 바꿔놓았습니다. 1981년, 협업자 앤젤 오티즈(Angel Ortiz, LA II)와 함께 택시 옆면에 처음 그림을 그렸고, 1986년에는 팝샵(Pop Shop) 설계를 맡아준 건축가 피터 페노이어(Peter Pennoyer)에게 답례로 1963년형 뷰익 스페셜 한 대를 통째로 자신의 선으로 뒤덮어 선물했습니다. 장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케니 샤프(Kenny Scharf)와 함께 이스트빌리지 펀 갤러리(FUN Gallery)의 냉장고를 꾸미기도 했고, 갤러리스트에게는 초콜릿을 채운 하트 모양 조각을 발렌타인 선물로 만들어주기도 했죠.

그가 그린 아이콘은 어떻게 입체가 되었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평면 속 아이콘이 그대로 조각이 된 순간들입니다. 'Untitled (Elephant)'(1985)나 'Robot'(1983)처럼 드로잉 속 캐릭터가 그대로 입체 조각으로 서 있는가 하면, 고대 이집트 프리즈에서 영향받은 '빛나는 반려동물들'이 촘촘히 엉킨 피라미드 조각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그는 사람의 몸 자체를 캔버스이자 조각으로 만들었습니다. 무용가 빌 T. 존스(Bill T. Jones)의 피부에 직접 그림을 그리고, 그레이스 존스(Grace Jones)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칠해 무대 위를 걷는 '살아 있는 해링 피겨'로 완성했죠.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의 카메라가 포착한 이 장면들에서, 평면의 아이콘은 숨 쉬고 움직이는 입체가 됩니다.

왜 이렇게 많은 표면에 그렸을까
해링에게 중요했던 건 재료가 아니라 이미지가 얼마나 멀리, 얼마나 많은 표면으로 번져나갈 수 있는가였는지도 모릅니다. 훗날 지하철 벽의 낙서가 컬렉터들 손에 뜯겨나가자, 그는 아예 팝샵을 열어 배지와 옷에 자신의 그림을 실어 누구나 가질 수 있게 했죠. 캔버스든 자동차든 사람의 몸이든 그에게는 그 모든 표면이 같은 질문의 연장이었던 셈입니다. 키스 해링 컬렉션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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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Keith Haring, Untitled, 1986. Collection of Larry Warsh. © Keith Haring Foundation.Courtesy of Crystal Bridges Museum of American Art. / Keith Haring in 3D. Publisher: The Monacelli Press / Keith Haring Untitled (Elephant), 1985. The Andy Warhol Museum, Pittsburgh; Contribution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 Keith Haring Foundation. Courtesy of Crystal Bridges Museum of American Art. / Keith Haring, Untitled, 1986. Collection of Larry Warsh. © Keith Haring Foundation. Courtesy of Crystal Bridges Museum of American Art.
키스 해링이 캔버스에만 작업하진 않은 이유
한 작가의 작업을 떠올릴 때 우리는 보통 캔버스와 아크릴, 혹은 유화를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키스 해링(Keith Haring)에게 캔버스는 여러 표면 중 하나에 불과했습니다. 그는 쓰레기통, 자동차, 사람의 몸까지 손에 닿는 거의 모든 것을 작업의 무대로 삼았죠. 지금 크리스탈 브리지스 미술관(Crystal Bridges Museum of American Art)에서 2027년 1월 25일까지 열리는 'Keith Haring in 3D'는 그의 입체 작업을 시간순으로 짚어봅니다.
해링의 캔버스는 어떤 모습이었나
짖는 개, 빛나는 아기, 강력한 에너지를 내뿜는 UFO, 두근거리는 하트 등 해링의 캔버스는 끊기지 않는 선 하나로 그려낸 반복적인 아이콘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명암도, 수정의 흔적도 없이 평평하고 경쾌한 이 선들은 1980년대 뉴욕 지하철 광고판의 검은 여백에 분필로 그리던 낙서에서 출발했죠. 가볍고 유쾌해 보이는 표면 아래에는 늘 무거운 주제가 있었습니다. 큐레이터 로버트 스토어(Robert Storr)는 도록에서 "그는 모든 걸 너무 쉬워 보이게 만들었다"고 적었는데, 그 손쉬움이야말로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가리는 역설이었다는 뜻입니다.
어린 시절, 어디서나 그리는 법을 배우다
해링은 1958년 펜실베이니아주 리딩에서 태어나 인근 소도시 커츠타운에서 자랐습니다. 아마추어 만화가였던 아버지에게서 어릴 때부터 만화 캐릭터 그리는 법을 배웠고,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닥터 수스(Dr. Seuss)의 그림책을 보며 자랐죠. 그에게 그림은 처음부터 화폭 위의 예술이라기보다 놀이이자 언어에 가까웠던 셈입니다. 1978년 뉴욕의 스쿨 오브 비주얼 아츠(School of Visual Arts)에 진학하며 도시로 건너온 뒤, 그는 강의실보다 거리에서 더 많은 걸 배웠습니다. 지하철 광고판의 빈 검은 여백, 클럽의 벽, 낯선 이의 옷차림 등 도시 전체가 이미 그에게는 캔버스였던 것이죠. 이 감각이 훗날 그가 재료를 가리지 않고 그려나가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캔버스 밖에서는 무엇에 그렸나
해링은 쓰레기통, 화분, 목발, 유아용 침대와 의자까지 눈에 띄는 사물을 전부 캔버스로 바꿔놓았습니다. 1981년, 협업자 앤젤 오티즈(Angel Ortiz, LA II)와 함께 택시 옆면에 처음 그림을 그렸고, 1986년에는 팝샵(Pop Shop) 설계를 맡아준 건축가 피터 페노이어(Peter Pennoyer)에게 답례로 1963년형 뷰익 스페셜 한 대를 통째로 자신의 선으로 뒤덮어 선물했습니다. 장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케니 샤프(Kenny Scharf)와 함께 이스트빌리지 펀 갤러리(FUN Gallery)의 냉장고를 꾸미기도 했고, 갤러리스트에게는 초콜릿을 채운 하트 모양 조각을 발렌타인 선물로 만들어주기도 했죠.
그가 그린 아이콘은 어떻게 입체가 되었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평면 속 아이콘이 그대로 조각이 된 순간들입니다. 'Untitled (Elephant)'(1985)나 'Robot'(1983)처럼 드로잉 속 캐릭터가 그대로 입체 조각으로 서 있는가 하면, 고대 이집트 프리즈에서 영향받은 '빛나는 반려동물들'이 촘촘히 엉킨 피라미드 조각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그는 사람의 몸 자체를 캔버스이자 조각으로 만들었습니다. 무용가 빌 T. 존스(Bill T. Jones)의 피부에 직접 그림을 그리고, 그레이스 존스(Grace Jones)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칠해 무대 위를 걷는 '살아 있는 해링 피겨'로 완성했죠.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의 카메라가 포착한 이 장면들에서, 평면의 아이콘은 숨 쉬고 움직이는 입체가 됩니다.
왜 이렇게 많은 표면에 그렸을까
해링에게 중요했던 건 재료가 아니라 이미지가 얼마나 멀리, 얼마나 많은 표면으로 번져나갈 수 있는가였는지도 모릅니다. 훗날 지하철 벽의 낙서가 컬렉터들 손에 뜯겨나가자, 그는 아예 팝샵을 열어 배지와 옷에 자신의 그림을 실어 누구나 가질 수 있게 했죠. 캔버스든 자동차든 사람의 몸이든 그에게는 그 모든 표면이 같은 질문의 연장이었던 셈입니다. 키스 해링 컬렉션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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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Keith Haring, Untitled, 1986. Collection of Larry Warsh. © Keith Haring Foundation.Courtesy of Crystal Bridges Museum of American Art. / Keith Haring in 3D. Publisher: The Monacelli Press / Keith Haring Untitled (Elephant), 1985. The Andy Warhol Museum, Pittsburgh; Contribution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 Keith Haring Foundation. Courtesy of Crystal Bridges Museum of American Art. / Keith Haring, Untitled, 1986. Collection of Larry Warsh. © Keith Haring Foundation. Courtesy of Crystal Bridges Museum of American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