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41년만에 가면을 벗은 게릴라 걸스

GUERRILLA GIRLS: REINVENTING THE 'F' WORD: FEMINISM


41년만에 가면을 벗은 게릴라 걸스

40여 년간 미술관과 갤러리의 성차별을 고발해온 익명의 페미니스트 그룹 게릴라 걸스. 그 창립 멤버 중 한 명이 지난 7월 22일 스스로 정체를 밝혔습니다. 패턴 앤 데코레이션 운동의 대표 작가 조이스 코즐로프입니다. 고릴라 가면 뒤에 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그리고 왜 지금 가면을 벗기로 했을까요.


GUERRILLA GIRLS' FIRST POSTERS ON NYC STREETS Del Re Tony Shatra: Some of our first posters plastered on the streets of SoHo. Frumkin Washburn © 1985 Guerrilla Girls


조이스 코즐로프는 어떤 작가인가요?

조이스 코즐로프(Joyce Kozloff)는 1970년대 패턴과 장식을 순수미술의 언어로 끌어올린 패턴 앤 데코레이션 운동의 대표 작가입니다. 캔버스 회화를 넘어 벽화와 지하철역, 건축 공간까지 아우르는 공공미술로 활동 영역을 넓혀왔습니다. 그의 페미니즘 활동은 게릴라 걸스보다 훨씬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71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페미니스트 의식화 모임에 참여하며 이 문제에 눈을 떴고,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의 여성 작가 과소대표를 규탄한 단체를 공동 조직했습니다. 뉴욕으로 돌아온 뒤에는 1975년 페미니즘 예술과 정치를 다룬 잡지 헤러시스(Heresies)의 창간 멤버로도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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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 걸스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게릴라 걸스는 1985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연 국제 회화·조각전에 대한 반발로 결성됐습니다. 참여 작가 169명 중 여성은 13명뿐이었고, 유색인종 작가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코즐로프를 포함한 창립 멤버 일곱 명 중 1970년대 여성운동을 직접 겪은 건 단 세 명뿐이었고, 나머지 젊은 멤버들은 이제 아무도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다며 언어와 시각 언어부터 바꾸자고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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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어떻게 활동했나요?

이들의 운영 방식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었습니다. 멤버들은 세상을 떠난 여성 작가의 이름을 가명으로 삼고, 공개 석상에는 고릴라 가면을 쓰고 나타나 개인이 아닌 메시지에 초점이 쏠리게 했습니다. 소호 갤러리 지구에 밤새 포스터를 붙이고, 사서함과 전화번호만 남겨 세상과 소통했습니다. 미술관을 돌며 여성 작가 수와 누드화 속 여성 비율을 세는 이른바 '위니 카운트'도 이들의 트레이드마크였습니다. 창립 당시 일곱 명이었던 멤버는 이후 30명 안팎까지 늘었고, 게릴라 걸스 홈페이지에는 지금까지 거쳐간 전현직 멤버가 55명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화가와 조각가는 물론 큐레이터, 비평가 등 미술계 곳곳에서 일하는 여성들로 구성됐으며, 남성 멤버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Guerrilla Girls, Do Women Have to Be Naked to Get Into the Met. Museum? On the street, NY, 1989


가장 유명한 포스터는 무엇이었나요?

게릴라 걸스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건 1989년작 여성은 벗어야만 메트미술관에 들어갈 수 있나요?(Do Women Have to Be Naked to Get Into the Met. Museum?)였습니다. 원래 공공미술기금(Public Art Fund)의 의뢰로 옥외광고판용으로 제작됐지만 메시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이들은 자비를 들여 뉴욕 시내버스 광고로 내보냈습니다. 앵그르의 회화 그랑 오달리스크 속 누드 여성에 고릴라 가면을 씌운 이미지 위로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근현대미술 섹션의 작가 중 여성은 5%도 안 되지만, 누드화 속 인물의 85%는 여성이라는 문구를 적었습니다. 이 통계는 2005년과 2012년에 다시 조사됐지만 수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The Art of Behaving Badly, Bulgarian Fund For Woman & The National Gallery / Kvadrat 500, Sophia, Bulgaria, March 6 – June 8, 2025


다른 상징적인 작업으로는 어떤 게 있나요?

이듬해인 1988년 발표한 여성 작가로 사는 이점(The Advantages of Being a Woman Artist)도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성공의 압박 없이 작업할 수 있다, 여든이 넘어서야 경력이 풀릴 수도 있다는 걸 안다, 고릴라 옷을 입고 미술 잡지에 실릴 기회가 있다 등 여성 작가가 처한 현실을 뒤집어 풍자한 문구들을 나열한 포스터로, 지금도 테이트모던을 비롯한 여러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유머와 통계를 결합한 이런 화법은 이후 게릴라 걸스의 시그니처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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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41년간 가면을 쓰고 있었나요?

코즐로프에게 배정된 가명은 러시아 아방가르드 작가 류보프 포포바(Liubov Popova)였습니다. 게릴라 걸스 멤버들은 세상을 떠난 여성 작가의 이름을 가명으로 쓰는 관습이 있었는데, 코즐로프는 2016년 온라인 매체 하이퍼얼러직에 포포바의 삶을 조명하는 전기 에세이까지 슬쩍 기고할 정도로 이 설정에 진심이었습니다. 그는 익명을 지킨 건 미술계의 보복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며 흔한 통념을 부정했습니다.


Joyce Kozloff (left) with Linda Nochlin (right), author of _Why Have There Been No Great Women Artists? _at the home of curator Joyce Pomeroy Schwartz, 1990. Photo: Mel Rosenthal. Courtesy Joyce Kozloff.

*왼쪽이 조이스 코즐로프


이제 와서 가면을 벗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코즐로프는 게릴라 걸스 동료 한 명과 둘 중 누구든 먼저 세상을 떠나면 남은 사람이 떠난 이의 정체를 대신 밝혀주기로 약속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이라면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죽은 뒤 남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는 걸 문득 깨달았고, 살아있을 때 스스로 말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이를 "인생은 라쇼몽 같아서, 우리 모두 다르게 기억하고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말로 설명했습니다.

공개에 앞서 생존한 다른 창립 멤버들에게는 미리 알렸고, 이들의 동의도 얻었다고 합니다. 다만 나머지 창립 멤버들은 여전히 익명을 지킬 것으로 보입니다. 41년간 이름 없이 던진 질문과, 이제 이름을 걸고 들려주는 이야기 — 여러분은 어느 쪽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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