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ide]갤러리 없이 작가가 생존하는 방법

비롯
2026-08-08

Hollybush Gardens Courtesy of Art Basel


갤러리 없이 작가가 생존하는 방법

"이런 그림들, 정말 좋네요. 가을에 전시 한번 하시죠." 1992년, 화가 미첼 존슨은 갤러리스트 폴라 커클비의 이 말을 믿었다. 하지만 전시는 끝내 열리지 않았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존슨은 자신의 딜러가 되어 커미션 없이 연 10만 달러대 작품을 판다. 지난 6월 메가갤러리 페이스가 작가 50명을 로스터에서 정리한 사건 이후, "갤러리 없이도 작가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미술계 전반에서 다시 불거지고 있다.


Lia Rumma Courtesy of Art Basel


갤러리에게 실망한 화가, 자신의 딜러가 되다

존슨은 갤러리스트에게 거절당한 뒤 자비로 전시 공간을 빌려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여러 딜러와 일했지만 "가능성을 봤는데 제대로 이끌어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반복됐다고 말한다. 지금 그는 소셜미디어와 '보그', '월스트리트저널', '뉴요커' 같은 매체의 광고 지면으로 직접 작품을 홍보한다. 커미션을 뗄 중개자 없이, 1만~10만 달러대 회화를 스스로 판매하고 있다.


Announcing the Launch of Pace Di Donna Schrader Galleries | Pace Gallery


페이스의 작가 50명 감축이 던진 질문

이 흐름은 지난 6월 메가갤러리 페이스가 소속 작가 약 135명 중 50명을 정리하며 더 크게 주목받았다. 페이스 대표 마크 글림처는 뉴욕타임스에 "갤러리 시스템 전체가 너무 크고, 상업적이고, 비인간적이고, 기업화됐다"고 말했다. 아트바젤 전 디렉터 마크 스피글러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갤러리를 "미술계의 엔진"이라 표현했지만, 작가 라리 피트먼은 반박 서한에서 "엔진은 갤러리가 아니라 작가와 그들의 예술"이라고 맞섰다.


Werner Bronkhorst's Art


틱톡 팔로워 250만 명, 경매 데뷔로 증명하다

남아공 출신으로 시드니에서 활동하는 화가 워너 브롱크호스트(Werner Bronkhorst)는 최근 필립스 경매에 처음 출품해 추정가의 거의 두 배인 28만 3천 달러(3.9억 원)에 낙찰됐다. 그의 스포츠 소재 회화는 미술관보다 틱톡·인스타그램(합산 팔로워 250만 명)에서 먼저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3만~30만 달러대(4천만~4억 원대) 작품을 직접 판매한다. 전통적 이력이 거의 없는데도 이런 가격이 형성된다는 점은 논쟁적이지만, 컬렉터층이 줄어드는 시장에서 그가 갤러리보다 훨씬 넓은 구매층에 닿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LUBAINA HIMID


그래도 갤러리가 필요한 이유, 혹은 필요 없는 이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 영국관 작가로 선정된 루바이나 히미드(Lubaina Himid)는 30년간 독립적으로 활동하다 2013년 갤러리에 합류했고, 이후 뉴뮤지엄·테이트모던 전시가 "갤러리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비평가 겸 작가 매튜 콜링스는 2023년 자신의 갤러리를 떠나 인스타그램으로 200~400파운드대 드로잉을 3천 점 넘게 팔았다. 그는 이 결정이 "전적으로 이념적"이라며, 이스라엘 정부를 비판하는 자신의 작업이 갤러리 시스템 안에서는 불가능했을 것이라 말한다.


갤러리의 시대는 저무는 걸까

브롱크호스트와 콜링스, 존슨의 사례가 보여주듯 이제 작가가 관객과 만나는 경로는 갤러리 하나만이 아니다. 갤러리가 당장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1차 시장을 독점해온 그 지위는 예전 같지 않을 수 있다. 당신이 만약 지금 막 작업을 시작한 작가라면, 갤러리의 문을 두드리는 대신 인스타그램에 작품을 올리는 쪽을 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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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s: Courtesy of Art Basel, Pace Gallery, Ocula

참고 원문: Ocula

글: 비롯 편집팀 BIROT Edi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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