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또 사라져버린 카텔란의 바나나

Photograph taken at the Centre Pompidou-Metz on May 30, 2026. Photo courtesy of the Centre-Pompidou-Metz.


또 사라져버린 카텔란의 바나나

미술관에서 바나나 하나가 사라졌다고 경찰에 신고가 들어갔습니다. 그냥 바나나가 아니라,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Comedian〉(2019) 덕테이프로 벽에 붙인 바로 그 바나나예요. 5월 30일 프랑스 퐁피두-메스(Centre Pompidou-Metz)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미술관은 곧바로 새 바나나를 붙여 작품을 '복원'했지만, 동시에 신원 미상의 인물을 상대로 고소장을 냈어요. 고작 과일 하나가 사라진 일에 미술관이 정색하고 법적 대응에 나선 이유, 그 안에 개념미술에 관한 흥미로운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사건은 5월 30일 토요일 오후, 미술관 경비원이 벽에 있어야 할 바나나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면서 알려졌습니다. 〈Comedian〉은 현재 카텔란이 직접 기획에 참여한 전시 〈Endless Sunday—Maurizio Cattelan and the Centre Pompidou Collection〉(2027년 1월 25일까지)에 걸려 있었어요. 미술관은 성명에서 이 사건을 "도난"으로 규정하고 당국에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범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 바나나는 '쉬운 표적'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5월 같은 미술관에서 한 관람객이 바나나를 떼어 먹어버린 적이 있고,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 공개 당시엔 퍼포먼스 작가가, 2023년 서울 리움미술관에서는 한 미술학도가 먹어치운 전력이 있거든요. 다만 이번엔 미술관이 "지난해엔 그냥 교체했지만, 이번은 두 번째이고 범인을 특정할 수 없어 '대화의 여지가 없다'"며 강경하게 대응했습니다.


바나나가 사라졌는데, 왜 작품은 멀쩡할까요?

여기서 〈Comedian〉의 진짜 정체가 드러납니다. 미술관은 "작품의 가치는 썩기 쉬운 요소(바나나)가 아니라, 진품 인증서와 그것을 설치하는 규약(protocol)에 있다"고 못 박았어요. 다시 말해 바나나는 '소모품'일 뿐, 작품의 본질은 "이 위치에, 이런 방식으로 바나나를 붙이라"는 지침과 그 권리를 증명하는 종이 한 장에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카텔란은 바나나를 며칠에 한 번씩 새것으로 갈도록 규정해 두었어요. 그러니 누가 바나나를 먹든 훔치든, 새 바나나를 붙이면 작품은 '복원'됩니다. 참고로 이 작품의 한 에디션은 2024년 경매에서 약 624만 달러(약 86억 원)에 팔렸는데, 낙찰자가 산 것도 바나나가 아니라 바로 그 인증서와 규약이었던 셈이죠. 미술관이 "고작 과일"에 고소까지 한 건, 이 사건이 단순 절도가 아니라 작품에 대한 존중과 관람객의 경험을 침해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다만 미술관은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은 없었다"고 덧붙였어요).


우리는 무엇에 가치를 매기는가?

카텔란은 2021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내게 〈Comedian〉은 농담이 아니었다. 우리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가에 대한 진심 어린 논평이었다." 아트페어에서 누군가는 그림을 팔 때, 자신은 바나나를 팔며 "시스템 안에서, 그러나 내 규칙대로" 놀아보겠다는 거였죠. 그렇게 보면 바나나가 자꾸 먹히고 사라지는 이 소동마저도, 작품이 던진 질문 '우리는 무엇에 가치를 매기는가'를 계속 되묻게 만드는 장치처럼 느껴집니다. 만약 작품의 본질이 물질이 아니라 한 장의 인증서와 약속에 있다면, 우리가 미술관에서 마주하고 감동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여러분은 눈앞의 바나나와 보이지 않는 인증서 중, 어느 쪽이 '진짜 작품'이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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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s: Photograph taken at the Centre Pompidou-Metz on May 30, 2026. Photo courtesy of the Centre-Pompidou-Me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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