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미국 뮤지엄이 가장 주목하는 아티스트
매달 미국 아트넷(Artnet)이 발표하는 '뮤지엄 아티스트' 순위는, 그 달 미국 350여 개 뮤지엄에서 가장 많이 조명된 생존 작가들을 집계합니다. 올해 6월 결과에는 눈에 띄는 흐름이 하나 있었어요. 바로 미국 독립 250주년(America 250) 기념 행사와 맞물려, 원주민·흑인 작가들의 존재감이 유독 두드러졌다는 점입니다. 약 3,500명의 작가 중 상위에 오른 이들 가운데, 비롯 독자에게 특히 흥미로울 여섯 명을 골라봤습니다.

제프리 깁슨: 원주민 공예 전통을 추상화로 끌어올린 작가
제프리 깁슨(Jeffrey Gibson)은 촉토·체로키 혈통의 작가로, 원주민 비즈 공예와 텍스타일 전통을 화려한 색채의 추상 회화·조각으로 재해석해온 인물입니다. 매사추세츠 매스 모카(MASS MoCA)에서 대규모 개인전이 올해 안에 마무리되는 가운데, 아이다호 보이시 아트뮤지엄에서는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그의 작품 50여 점을 선보이는 "They Teach Love"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깁슨은 다른 원주민 작가들을 아우르는 순회전 "An Indigenous Present"의 공동 큐레이터이기도 하죠. 이번 순위 1위를 차지한 배경에는, 미국 뮤지엄들이 건국 역사를 다시 들여다보는 시점에 원주민 미술을 변두리가 아닌 중심 서사로 끌어오려는 흐름이 있습니다.

카라 워커: 실루엣으로 미국사의 그늘을 그리는 작가
카라 워커(Kara Walker)는 노예제, 인종, 젠더를 주제로 한 실루엣 작업으로 잘 알려진 작가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그는 단일 개인전 없이도 17개의 그룹전에 동시에 이름을 올리며 가장 폭넓게 조명된 작가로 꼽혔습니다. 특정 뮤지엄이 그를 조명한 게 아니라, 미국 전역의 뮤지엄들이 소장품 기획전마다 그의 작품을 필수적으로 소환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워커의 작업이 이제 '동시대 이슈'를 넘어 미국 미술사 정전의 일부로 자리잡았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베티 사르: 곧 100세, 영향력의 계보를 확인하는 순간
베티 사르(Betye Saar)는 인종적 고정관념에 저항하는 아상블라주 작업으로 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작가로, 오는 7월 100세 생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뉴욕역사협회는 그의 인형 컬렉션과 이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전시 중이고, 펜실베이니아 팔머 뮤지엄은 그가 카라 워커를 비롯한 후대 작가들에게 미친 영향을 조명하는 헌정전을 열고 있습니다. 6월 초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파티 인 더 가든' 행사에 참석해 환하게 웃던 모습도 화제가 됐죠. 생존한 원로 작가에게 보내는 이런 동시다발적 헌사는, 한 세대의 영향력이 다음 세대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미술관들이 함께 기록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재스퍼 존스: 성조기를 그린 96세의 원로
재스퍼 존스(Jasper Johns)는 1950년대 후반부터 팝아트와 네오다다의 흐름을 이끌어온 미국 현대미술의 산증인입니다. 성조기를 소재로 한 대표작들로 유명한 그는, 고향이나 다름없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컬럼비아미술관에서 소규모 개인전을, 워싱턴 내셔널갤러리에서는 "American Icon: The US Flag in Art"전에 이름을 올리며 조명받고 있습니다. 96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미국 미술사의 상징적 인물로 소환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국기를 그려온 그의 작업이, 건국 250주년이라는 시의성과 가장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재스퍼 존스 컬렉션 보기

캐서린 오피: 퀴어 공동체를 기록해온 사진가
캐서린 오피(Catherine Opie)는 퀴어 커뮤니티와 정체성을 기록해온 사진가로, 6월 한 달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SFMOMA) 그룹전을 비롯한 여러 전시에 이름을 올리며 폭넓은 존재감을 확인했습니다. 유럽에서도 독일 프리데리치아눔, 노르웨이 포모, 런던 국립초상화미술관 순회전까지 개인전이 동시에 진행 중이죠. 서울에도 지점을 둔 갤러리 레만머핀(Lehmann Maupin) 소속이라는 점에서, 한국 컬렉터들에게도 비교적 친숙한 이름입니다.

라시드 존슨: 지금 마켓이 가장 뜨겁게 반응하는 이름
라시드 존슨(Rashid Johnson)은 시어버터, 거울, 세라믹 타일 등 일상적 재료로 흑인 정체성과 불안을 탐구해온 작가입니다. 구겐하임에서 시작해 텍사스 포트워스 현대미술관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순회전이 계속 화제를 모으며, 컨템포러리 마켓에서 지금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작가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뮤지엄의 조명과 시장의 반응이 이례적으로 정확히 맞물리는 사례라, 컬렉터 독자라면 눈여겨볼 만한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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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Jeffrey Gibson: POWER FULL BECAUSE WE'RE DIFFERENT | Opening Nov 3, 2024 | MASS MoCA / MORE COLORS THAN THE EYE CAN SEE: A Conversation with Jeffrey Gibson - Portland Art Museum / Kara Walker | The Guggenheim Museums and Foundation / Installation view of the exhibition "Betye Saar: The Legends of Black Girl’s Window" / Jasper Johns at th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 Installation view of the exhibition Catherine Opie: To Be Seen at the National Portrait Gallery. Photo: David Parry. / Rashid Johnson: A Poem for Deep Thinkers | The Guggenheim Museums and Foundation
지금 미국 뮤지엄이 가장 주목하는 아티스트
매달 미국 아트넷(Artnet)이 발표하는 '뮤지엄 아티스트' 순위는, 그 달 미국 350여 개 뮤지엄에서 가장 많이 조명된 생존 작가들을 집계합니다. 올해 6월 결과에는 눈에 띄는 흐름이 하나 있었어요. 바로 미국 독립 250주년(America 250) 기념 행사와 맞물려, 원주민·흑인 작가들의 존재감이 유독 두드러졌다는 점입니다. 약 3,500명의 작가 중 상위에 오른 이들 가운데, 비롯 독자에게 특히 흥미로울 여섯 명을 골라봤습니다.
제프리 깁슨: 원주민 공예 전통을 추상화로 끌어올린 작가
제프리 깁슨(Jeffrey Gibson)은 촉토·체로키 혈통의 작가로, 원주민 비즈 공예와 텍스타일 전통을 화려한 색채의 추상 회화·조각으로 재해석해온 인물입니다. 매사추세츠 매스 모카(MASS MoCA)에서 대규모 개인전이 올해 안에 마무리되는 가운데, 아이다호 보이시 아트뮤지엄에서는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그의 작품 50여 점을 선보이는 "They Teach Love"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깁슨은 다른 원주민 작가들을 아우르는 순회전 "An Indigenous Present"의 공동 큐레이터이기도 하죠. 이번 순위 1위를 차지한 배경에는, 미국 뮤지엄들이 건국 역사를 다시 들여다보는 시점에 원주민 미술을 변두리가 아닌 중심 서사로 끌어오려는 흐름이 있습니다.
카라 워커: 실루엣으로 미국사의 그늘을 그리는 작가
카라 워커(Kara Walker)는 노예제, 인종, 젠더를 주제로 한 실루엣 작업으로 잘 알려진 작가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그는 단일 개인전 없이도 17개의 그룹전에 동시에 이름을 올리며 가장 폭넓게 조명된 작가로 꼽혔습니다. 특정 뮤지엄이 그를 조명한 게 아니라, 미국 전역의 뮤지엄들이 소장품 기획전마다 그의 작품을 필수적으로 소환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워커의 작업이 이제 '동시대 이슈'를 넘어 미국 미술사 정전의 일부로 자리잡았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베티 사르: 곧 100세, 영향력의 계보를 확인하는 순간
베티 사르(Betye Saar)는 인종적 고정관념에 저항하는 아상블라주 작업으로 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작가로, 오는 7월 100세 생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뉴욕역사협회는 그의 인형 컬렉션과 이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전시 중이고, 펜실베이니아 팔머 뮤지엄은 그가 카라 워커를 비롯한 후대 작가들에게 미친 영향을 조명하는 헌정전을 열고 있습니다. 6월 초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파티 인 더 가든' 행사에 참석해 환하게 웃던 모습도 화제가 됐죠. 생존한 원로 작가에게 보내는 이런 동시다발적 헌사는, 한 세대의 영향력이 다음 세대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미술관들이 함께 기록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재스퍼 존스: 성조기를 그린 96세의 원로
재스퍼 존스(Jasper Johns)는 1950년대 후반부터 팝아트와 네오다다의 흐름을 이끌어온 미국 현대미술의 산증인입니다. 성조기를 소재로 한 대표작들로 유명한 그는, 고향이나 다름없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컬럼비아미술관에서 소규모 개인전을, 워싱턴 내셔널갤러리에서는 "American Icon: The US Flag in Art"전에 이름을 올리며 조명받고 있습니다. 96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미국 미술사의 상징적 인물로 소환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국기를 그려온 그의 작업이, 건국 250주년이라는 시의성과 가장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재스퍼 존스 컬렉션 보기
캐서린 오피: 퀴어 공동체를 기록해온 사진가
캐서린 오피(Catherine Opie)는 퀴어 커뮤니티와 정체성을 기록해온 사진가로, 6월 한 달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SFMOMA) 그룹전을 비롯한 여러 전시에 이름을 올리며 폭넓은 존재감을 확인했습니다. 유럽에서도 독일 프리데리치아눔, 노르웨이 포모, 런던 국립초상화미술관 순회전까지 개인전이 동시에 진행 중이죠. 서울에도 지점을 둔 갤러리 레만머핀(Lehmann Maupin) 소속이라는 점에서, 한국 컬렉터들에게도 비교적 친숙한 이름입니다.
라시드 존슨: 지금 마켓이 가장 뜨겁게 반응하는 이름
라시드 존슨(Rashid Johnson)은 시어버터, 거울, 세라믹 타일 등 일상적 재료로 흑인 정체성과 불안을 탐구해온 작가입니다. 구겐하임에서 시작해 텍사스 포트워스 현대미술관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순회전이 계속 화제를 모으며, 컨템포러리 마켓에서 지금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작가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뮤지엄의 조명과 시장의 반응이 이례적으로 정확히 맞물리는 사례라, 컬렉터 독자라면 눈여겨볼 만한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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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Jeffrey Gibson: POWER FULL BECAUSE WE'RE DIFFERENT | Opening Nov 3, 2024 | MASS MoCA / MORE COLORS THAN THE EYE CAN SEE: A Conversation with Jeffrey Gibson - Portland Art Museum / Kara Walker | The Guggenheim Museums and Foundation / Installation view of the exhibition "Betye Saar: The Legends of Black Girl’s Window" / Jasper Johns at th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 Installation view of the exhibition Catherine Opie: To Be Seen at the National Portrait Gallery. Photo: David Parry. / Rashid Johnson: A Poem for Deep Thinkers | The Guggenheim Museums and Foundation